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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사회

탈원전, 이대로 지속해도 되는 것인가?

by 은익짱짱 2020. 11. 3.

  지난 2019년 12월, EU의 결의안에 "원전이 기후변화 목표 달성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언급되었다. 이는 탈원전과 탄소배출 "0", 두 목표를 온전히 실시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절충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 내용으로 인해 "EU가 탈원전을 포기했다", 혹은 "EU가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했다" 같은 내용의 기사가 쏟아져 나왔고 EU의 탈원전을 모티브로 2017년부터 실시해오던 정부의 원전제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탈원전에 대한 회의적인 말이 나오기 시작한 EU, 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계속되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일단 원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원자력 발전소, 원전의 차이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면 원자력 발전소는 발전소 전체를, 원전은 보통 발전소 내에 있는 발전 시설을 의미한다. 아파트 단지의 내의 1동, 2동, 3동 건물 하나당 원전 1기, 단지 전체를 원자력 발전소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아파트 단지에 여러 동이 있듯, 원자력 발전소 하나에는 여러 기의 원전이 있다.
  방사성 물질에서는 강력한 에너지인 방사선이 방출되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방출하는 방사선량이 절반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이 반감기는 물질마다 다른데, 반감기가 긴 물질은 수 백에서 수 천년, 혹은 수 만년까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물질마다 방출하는 방사선양도 다른데, 방출하는 방사선이 그리 크지 않는 물질은 땅에 매립하고 방사성 물질 중 강력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은 방사선을 차폐하는 용기에 담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사라지지 않는 위협, 방사능

  이제 탈원전 찬성측, 그리고 반대측의 의견을 살펴보겠다. 우선 찬성 측의 의견을 살펴보면, 탈원전 지지 측의 근거 중 하나로 핵 폐기물 처리 문제가 있다. 원자력 발전소란 핵연료를 사용하며 이를 이용해 핵분열을 일으킨 후 발생하는 열로 물을 끓인 후, 그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이다. 연료 비용이 매우 낮고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발전 중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없다. 

[사용 후 핵연료의 성분1)]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발전을 한 후 사용이 끝난 연료봉이 폐기물로 발생한다. 문제는 이 연료봉은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고 그 물질 중에는 반감기가 수천 수 만년인 물질도 있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사용 후 핵연료 속의 플루토늄-239는 반감기가 약 24000년이고 인체에 무해하게 되려면 수 십 만년이 지나야 한다. 게다가 현재 이 폐기물이 된 연료봉을 처리하는 방법이 없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발전소 부지 내에, 몇몇 나라는 별도의 보관 시설에 보관하여 방사선 배출량이 자연적으로 줄어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깊은 상처를 남긴 원전사고

 

  탈원전 찬성에 힘을 실어주는 또 다른 근거는 원전 사고가 있다.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을 기준으로 최악의 사고는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원전 사고가 있다. 1986년 4월에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발전소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방사선 노출로 사망하고 폭발의 파편이 우크라이나 이외에 벨라루스, 러시아까지 날아갔고 공기 중으로 퍼진 방사성 물질들이 많은 유럽 국가로 퍼져 나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25년이 지난 2011년, 우크라이나 정부차원에서 투어를 허가하여 현재는 체르노빌 발전소 근처까지 가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환경 단체에서는 방사능 피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 여파로 그 당시에는 서울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지역이 통제구역으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사진의 녹색구역은 통제가 해제되고 분홍색 지역만 통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사고로 인해 원전의 방사성 물질이 태평양으로 퍼져 나가 태평양 인근에 있는 많은 국가에까지 전파되었다. 사고이후 방사성 토양을 보관한 곳에 쓰나미가 몰려와 유실되고 해안가로의 유출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등 후속 조치도 미흡한 상태에서 사고가 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제한 구역이 축소되었다. 앞에 있는 사진에서 분홍색 지역은 통제구역인 귀환 곤란 구역, 녹색 지역은 최근 피난 지시가 해제된 구역이다.

 

[체르노빌 접근 금지구역(좌)2), 후쿠시마 원전 인근 통제구역(우)3)]

 

  그 외에도 국내 원자력 발전소에서 고장이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들이 계속해서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한국의 원전기술

 

[바라카 원전의 전경4)]

  앞의 내용을 보면 위험한 방사능 폐기물을 지속적으로 발생시키고, 이 폐기물의 보관도 한계에 다다랐으며, 사고가 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대형 사고가 되는 원전은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세계에 원전은 400기가 넘으며, 현재 건설 중인 원전만도 50기가 넘고, 건설 예정인 원전들도 다수 있다. 이 원전을 지을 때 과연 위 같은 위험성을 무시하고 낙관하며 지었을까? 그리고 지금 정부는 탈원전 계획을 계속 이행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후자에 대한 답은 아직은 이르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전 세계에 6곳(한국,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일본) 밖에 없는 원전 수출국 중 하나다. 심지어 작년 2019년, 미국 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증을 취득했다. 이는 미국 내 건설 및 운영을 허가하는 일종의 안전 확인 증명서이다. 이러한 점들을 통해 한국의 원전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원전 수출은 수주 한 번에 수십조원이 오가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현재 세계적으로 건설사를 찾고 있는 원전 설계 예정도 많다. 게다가 한국은 이미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 건설이 거의 끝나 한국의 원전 기술을 보여주는 선례가 되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행보는 계속되고 있고 탈원전을 추진하지만 원전 수출을 하는 모순되는 행동으로 인해 원전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대할 수 있고 현재 세계적으로 건설사를 찾고 있는 원전 설계 예정도 많다. 게다가 한국은 이미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원전 건설이 거의 끝나 한국의 원전 기술을 보여주는 선례가 되어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행보는 계속되고 있고 탈원전을 추진하지만 원전 수출을 하는 모순되는 행동으로 인해 원전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와 경제, 일석이조인 원전

 

  그리고 현재 정부는 모순되는 두 방향을 같이 가려하고 있다. 바로 탄소 배출량 감소와 탈원전이다. 이에 대해 태양열 발전이나 풍력 발전 같은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이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이상만을 바라보고 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전세계에서 탄소배출량 7위로 매우 높은 수치이다. 게다가 상승폭도 빨라 여러 환경단체에서 감축에 적극 노력해야한다고 언급하고 있고 현 정부에서도 탄소 배출량 감축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전소별 탄소 배출량 (단위 : gCO2eq/kWh , 1시간 발전양[kWh] 당 CO2 배출양[g])/출처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IPCC)]

 

  하지만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한 이후로 국내 전력 생산량 중 원전 비율이 크게 감소하고 이 감소한 비율만큼 복합화력(LNG) 발전양이 증가했다.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복합화력발전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원전보다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2020년 기준 탄소배출량 33%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정부의 목표와는 정반대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                                                                                             * 단위 원/kWh

 

  그리고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는 연료의 가격은 다른 화력 발전의 원료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위 표는 발전 전력당 연료의 가격을 나타낸 표이다. 원자력의 발전량을 대체한 LNG의 연료 비용이 원자력의 14배 이상, 현재 국내 발전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유연탄 화력 발전의 연료에 비해 1.5배 이상 비싼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한국전력공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탈원전으로 인해 전력 단가는 계속 증가하여 한전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로 인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지고 있고,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물가가 상승하여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탈원전의 대안으로 내세우는 신재생 에너지는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국내 상황에서는 매우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국내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은 약 4.8%이고 이 중 발전량이 가장 큰 태양 발전과 부생가스 발전을 대표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2018년 기준 국내 태양 에너지 발전량은 약 8,239GkW로 전체 발전량의 1.4%이다. 부생가스 발전은 제철이나 화학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로 하는 발전인데 발전량은 8,881GkW로 전체 발전량의 1.5%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태양 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을 심하게 받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불가능하고, 부생가스발전은 제철이나 화학 공정이 있는 곳에 연계되어야 하므로 발전량 확대가 제한적이다. 게다가 2018년에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은 전년대비 200Gkw, 비율로는 전체 발전량의 0.3% 정도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 2030년까지 국내 총 발전량의 20%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한다는 정부의 계획은 실현가능성이 매우 낮은 이야기일수 밖에 없다. 

 

안전설비의 결정체인 원전

 

  잘 알려진 2차례의 대형 원전 사고, 그리고 뉴스로 들려오는 원전의 작은 사건사고들로 인해 일반 시민들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원전 설계 당시 이미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그에 대한 안전설비는 계속해서 강화되고 있다.
  그럼 국내 원전의 안전설비는 어느 정도로 되어 있는가? 후쿠시마의 사고로 인해 관심이 많아진 내진설계를 살펴보면 현재 가동 중인 신고리 3,4호기, 가동 준비중인 신한울 1,2호기는 규모 7.0, 그 외에 현재 가동 중인 원전들은 규모 6.5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게다가 규모가 큰 지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게 설계가 되어 있다. 그리고 후쿠시마 사고가 지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 이는 절반만 맞는 원인이다. 또 다른 원인은 쓰나미로, 냉각 장치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상황에 쓰나미로 인해 지하에 있던 비상발전기마저 손상되어 원전 냉각이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 원전의 비상 발전기는 고지대에 있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원전 주변 해안 방벽을 10m 높이고 이동식 비상발전기를 추가하였다.

 

[원전 내 수소 제거 장치의 모습5)]

 

  원전은 지진 외에 큰 문제로 이어질 만한 내/외부적 요소가 발생하면 많은 경우에 가동이 중단되게 설계되어 있다. 그 외에 수소 폭발 방치 대책으로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가 있고, 내부 방사선 누출 방치와 외부 충격 방지를 위해 총 5겹의 방벽으로 연료를 감싸고 있다. 이 방벽은 비행기의 충돌까지 고려할 정도로 매우 견고하게 설계한다. 게다가 앞에서 말했 듯 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인증까지 받을 정도로 안전에 대해 매우 철저하게 다루고 있다. 

 

  앞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원전은 완전한 처리가 불가능에 가까운 폐기물을 계속 생산하고 사고가 났을 때 막대한 피해를 주므로 사용을 지양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재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가 심각하지만 전력 사용량은 매년 증가하여 발전소를 줄일 수는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 탈원전은 탄소 배출량 증가, 전력 단가 상승, 원전 수주와 기술 발전에 악영향 등의 문제점들을 가속시킬 뿐이다. 게다가 건설 중단된 원전을 맡던 두산건설이 재정 악화로 상장 폐지되어 탈원전 때문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 원전 사고들을 살펴보면 설계상의 문제가 아닌 인재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사람이 실수해서 사고가 안 일어나는 분야가 어디 있겠는가? 지레 겁먹고 많은 후폭풍을 떠안으면서까지 탈원전을 이어 나가는 것은 걱정만 앞서서 아무것도 못하는, 오히려 상태만 악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원전 효율을 높이거나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원전이 개발 중이고, 폭발하지 않고 기존에 배출하던 고준위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핵융합 발전도 계속해
서 연구 중이다. 결국, 탈원전을 유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전 사업과 기술 개발을 지원하여야 한다. 그러면 원전 수출이 더 수월해 질것이며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고 더 안전하고 다른 국가의 기술보다 앞선 기술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출처>

1) 원자력 위키 (http://atomic.snu.ac.kr/)

2) BBC (http://news.bbc.co.uk/)

3) 후쿠시마현청 (https://www.pref.fukushima.lg.jp/)

4) 에미리트 원자력 에너지 공사 (http://www.enec.gov.ae/)

5) 한국원자력학회 (http://www.kns.org/)

 

작성자 : 기계공학전공 16학번 주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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