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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사회

의료보장제도 비교분석

by 은익짱짱 2020. 11. 3.

의료보장제도?

 

  인간에게 있어서 의식주가 강조되는 이유는 생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못지않게 생명을 유지하는데 직결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의료서비스이다. 사람이 자기가 아플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서비스는 앞서 말한 의식주와 다르게 그 수요가 언제 발생하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누구나 언젠가는 아프기 마련이고, 이를 대비하고 싶은 것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생각이다. 이러한 의료서비스의 특수성으로 인해서 대부분 국가에서 의료서비스를 시장경제에 맡기기보다는 의료보장제도라는 국가가 의료서비스에 개입하는 특수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의료보장제도는 크게 의료보험(NH)과 국가보건서비스(NHS)로 나뉘어진다. 이 중 의료보험은 국민건강보험(NHI)과 사회건강보험(SHI)로 나뉘지만 관리주체가 국가인지 공보험사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기제로 운용된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국가보건서비스, 특수한 형태인 미국의 의료보험제도, 그리고 일반적인 형태의 의료보험제도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

 

  의료보험과 국가보건서비스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재원조달 방식에 있다. 의료보험은 재원의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험료에서 재원을 조달한다. 한편 국가보건서비스는 일반조세, 즉 세금으로 이를 충당한다. 이러한 면에서 의료보험방식은 조합이나 금고와 같은 별도의 기관이 존재하지만, 국가보건서비스에서는 사회보장청과 같은 정부기관에서 보험 재원을 관리 및 감독한다. 의료보험방식에서는 보험자 간의 재정적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지만, 세금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국가보건서비스에서는 소득재분배의 효과도 볼 수 있다는 점도 차이이다.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의료보험방식이 상대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국가의 개입 정도가 큰 국가보건서비스에서는 병원을 가기 위해서 몇 달씩 기다려야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발생하기도 한다. 의료보험방식은 한국, 일본, 대만, 독일 등의 국가에서, 국가보건방식은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 채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비슷한 의료보장제도라고 하더라도 국가마다 조세방법이나 법령의 차이, 해당 국가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완전히 같은 형태를 띄고 있지는 않다.

 

의료보장제도의 유형

구분

의료보험방식(NH)

국가보건서비스(NHS)

재원조달

보험료, 일부 국고 지원

정부 일반조세

관리기구

보험자(조합 또는 금고)

정부기관(사회보장청 등)

채택 국가

한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영국, 스웨덴, 이탈리아 등

보험료 형평성

보험자 내 보험료 부과의 구체적 형평성 확대가능

조세에 의한 재원 조달로 소득재분배의 효과가 강함

의료서비스

- 상대적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 첨단의료기술 발전에 긍정적 영향

-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 입원대기 환자 급증

- 사보험 가입으로 인한 피보험자의 이중부담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게!

 

  국가보건서비스를 처음으로 시행한 국가는 영국이다. 유럽의 여러 국가보건서비스방식도 영국의 제도를 반영하여 만들어진 제도이다. 전술했던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등의 의료보장제도도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를 기반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영국 국민들은 의료비를 세금으로 내고 있기 때문에, 평생 의료비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또한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에 가입하게 되면 개인 주치의가 지정된다. 주치의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벼운 질병들을 치료해준다. 복잡하고 심각한 질병은 전문의와의 약속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영국의 의료보장제도는 소득에 상관없이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순기능을 한다.

 

  그러나 영국의 의료서비스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보인다. 환자들은 주치의에게 진료를 받고 전문의에게 다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 전문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이 과정에서 치료를 기다리다가 사망하거나, 이웃나라로 가서 치료받고 국가가 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의료서비스의 전반적인 질이 국가재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국가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의료서비스의 질도 하락하게 된다. 이는 단순 서비스만 아니라, 의료기술이나 장비에 대한 투자도 적어져 환자 치료의 치명적인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 실제로 국가보건서비스를 시행하는 이탈리아에서는 금융위기 이후로 의료예산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1인당 의료예산은 20083,490 달러였다가 2016년엔 2,739달러로 삭감되었다. 또한 2018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서 1000명당 병상 수도 3.2개로, 12.3개인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를 보이며 독일(8.0), 오스트리아(7.4), 프랑스(6.0) 등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적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1]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의료서비스는 의료진들의 동기를 부여할 만한 힘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의사는 자신의 성과나 실적으로 평가받기보다는 국가에서 주는 봉급으로 임금을 받는다. 따라서 비교적 단순한 치료를 하고싶어 하게 되고 중증환자나, 응급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탈리아, 영국, 스웨덴 등의 국가가 COVID-19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 것[2]도 이러한 요인들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찾아 이중으로 보험을 들게 된다.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려야지!

 

  미국은 독특하게도 정부 주도의 의료보장제도를 갖고 있지 않는 나라이다. 공적 의료보장제도가 존재하긴 하지만, 노인이나 저소득층과 같은 매우 제한된 대상만이 가입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고용기반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한다. 이는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건강보험료를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회사의 규모나 특성에 따라서 기업에서 지원해주는 보험료의 비율을 상이하다. 이때 민간보험은 지불하는 보험료마다 보장해주는 의료서비스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부자들은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미국인의 10%는 의료보험에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미국의 의료서비스는 시장경제체제 내에서 거대 민간 보험사들 간의 경쟁체제로 유지된다. 그러나 사회보험제도(SHI)를 채택한 국가처럼 이에 대한 정부의 견제나 감독이 없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의료보험의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여 많은 이득을 취한다. 물론 높은 의료비로 인해서 미국의 의료 인프라는 세계 최고의 수준이지만 이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의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으로 귀결된다. 미국의 보험제도는 보험회사마다, 보험상품마다 다른 약관을 가지고 있어 회사에서도 연말이면 보험가입으로 직원들을 모아 놓고 교육을 하기도 한다. 보험을 가입했다고 하더라도, 보험사와 병원 간의 알력다툼으로 높은 의료비가 산정되고 이 부담은 모두 환자가 지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병원가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환경적으로 질병이나 부상에 노출될 위험이 큰 저소득층에서 더 많이 보인다. 미국이 현재 (204) COVID-19 확진자 1위 국가인데에는 이러한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럼 우리나라는?

 

  한국의 의료보장제도는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채택했다. 전국민은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게 된다.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우수한 보험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라고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와 같은 형태를 띄지는 않았다. 국민건강보험이 현재와 같은 형태를 갖추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결렸다. 1970년대, 국가에서 주관하는 공적 의료보험이 생겼지만 이는 공무원, 사립교사, 대기업 직원들만으로 대상으로 하는 제한적 형태의 공적 의료보장 제도였다. 전국민의료보험이 공론화된 것은 전두환 전대통령 집권말기때의 일이다. 전두환 전대통령은 국민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이를 잠재우기 위해서 전국민의료보험이 등장하지만, 실권으로 인해 추진을 못하게 된다. 뒤이어 당선된 노태우 전대통령이 이를 공약으로 내걸어 지금의 형태와 비슷한 의료보장제도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후 국민건강보험은 실질적인 성과를 보이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 첫번째로 의료서비스 접근성에서 큰 효과를 거두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약 16.9회 정도로, OECD 평균인 6.8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기대수명도 7765세에서 82.6세로(2017) 증가했는데, 이 또한 OECD 평균인 80.6세보다 높은 수준이다. 두번째로 영아사망률 부분에서도 괄목한 만한 성장을 했는데 현재 한국의 영아사망률은 천명당 2.8명으로 90년 영아 천명당 6명이 사망했던 당시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이 수치 또한 OECD 평균인 4.1명보다 낮아[3] 의료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다.

 

  COVID-19 확산을 성공적으로 막은 것에는 이러한 우수한 제도도 여러 이유 중의 하나로 언급될 수 있다. 한국에서의 코로나 검사는 미국의 검사보다 빠르고 저렴하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 검사 비용이 가입되어 있는 보험사에 따라 다르고 보험가입자가 아닌 경우에는 그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한다. 확진자의 치료비에 대해서도 정부가 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검사대상자가 아닌 경우 16만원의 검사비용을 지불하는 경우 외에는, 이 비용에 대해서 확진 여부와 상관없이 무료이다. 치료비용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 지자체가 공동으로 전액을 부담한다.

이렇듯 완벽해 보이는 한국의 의료보험도 여러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강제가입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이를 위해서 피보험자에게 부담이 적게 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건강보험의 저부담 정책은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은 악화되고 결국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낮아지고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4]도 낮아지는 저수가, ()급여[5]의 구조를 야기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는 다른 문제를 도미노처럼 초래한다. 낮은 수가로 인해서 수익을 내기 힘든 병원들은 불가피하게 비급여 위주의 진료, 과잉진료, 3분 진료와 같은 방법으로 병원의 수익을 보전하고자 한다. 또한 저수가로 대형병원들은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지만, 동네 의원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게 되는데 이는 결국 구조적인 폐해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병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의약품 리베이트를 묵인하여 사회적 관행으로 자리잡는 것을 방치하기도 했다. 정부는 제너릭 약품[6]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제약회사의 높은 마진을 확보하여 주었다. 높은 의약품의 마진은 새로운 연구개발로 이어지지 않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리베이트가 횡행하게 되고, 의약품업체들은 새로운 개발을 하지 않고도 계속 마진을 내는 악순환을 형성하게 되었다. [7]이 같은 3저문제는 이미 오랫동안 논의되었지만 이해관계에 얽혀 더 이상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더하여 단순하게 MRI, CT 급여화 등으로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올리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이러한 문제들을 악화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제도의 뉴노멀을 생각해봐야 할 시간

 

  한국의 의료제도가 뛰어난 인재들을 바탕으로 비교적 잘 다듬어진 시스템을 구축하여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한국의 의료제도는 과거의 급성질환 위주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최적화 되어있지만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등 서구화, 고령화된 사회에서 나타나는 만성질환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제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의료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제도를 확충함이 우선적이다. 현실적으로 저수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가를 인상하는 것은, 저부담에 익숙해져 있는 피보험자들의 인식을 고려했을 때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의료보험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방향을 단순한 이해관계에 따른 수가문제 향할 것이 아니라, 제도의 지속가능성 여부에 둬야할 것이다. 의료공급자에게는 자율성을 보장하며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진료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환자에게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기회를 줄 수 있는 의료보험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고찰이 필요하다.

 

작성자 : 물류전공 17학번 임세혁

 


[1] 공공의료 예산 감축한 유럽코로나19 확산으로 ‘부메랑’

[2] 伊·英 '무상 의료'의 민낯…의료보험 채택국보다 사망률 3배 높았다

[3] 韓 기대수명 82.7세… 외래진료 횟수 주요국 '최다', 조선비즈, 2020.

[4] 건강 보험 공단과 환자가 의사나 약사 등의 의료 서비스 제공자에게 제공하는 . (고려대한국어사전)

[5] 의료 치료비에서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가 전액 부담하게 되는 비용을 말한다. (매일경제 용어사전)

[6] 오리지널 약품의 특허가 만료됐거나 특허가 만료되기 전이라도 물질특허를 개량하거나 제형을 바꾸는 등 모방하여 만든 의약품을 말한다. (한경 경제용어 사전)

[7] “복제약값 거품이 리베이트의 원인”의협약가결정구조 정조준라포르시안,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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