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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인문

대학 인문학 기피와인문학의 가치

by 은익짱짱 2020. 11. 3.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는 이른바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TV에서는 문학작품 읽어 주기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강연에서는 인문학 토크 콘서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기 업에서는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인재를 찾고 있다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대중적인 현상과 반대로 대학에서의 인문학은 끊임없는 평가절하와 외면을 받고 있고, 심지어 몇몇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들은 경제 논리에 의해 통폐합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인문학의 외면은 학문을 배우는 당사자인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에게 인문학은 단순히 졸업학점을 채우기 위해 들어야 하는 지루한 교양수업이 되었고, 인문학 전공자들은 학교의 평균 취업률을 낮추는 ‘주범’이 되었으며, 익명성을 등에 업은 다양한 학생 커뮤니티에서 비방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문학은 학생들에게서 외면받고, 대학에 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대중 인문학에 대한 꾸준한 관심 증대와 달리 대학에서의 인문 학은 어떻게 외면받게 되었을까?

 

 

대학의 본 취지와 변화

 

  경제성과 효율성의 잣대로 인해 대학 인문학이 외면 받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대학의 본질과 이념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현대 대학의 전신이자 근대 대학의 효시로 거론되는 독일의 베를린 대학은 학자인 빌헬름 폰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의 뜻에 따 라 ‘학문의 자유’의 이념 하에 설립되었다. 이러한 이념에 의해 설립된 근대의 대학은 “봉건 적 교육 사상과 직업적인 유용성을 앞세우는 계몽주의적 교육사상을 다 함께 거부하고 보편 적인 인간 교양”을 목표로 하였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할 자유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은 어떨까? 대한민국 고등교육법 28조에는 대학이란 ‘인 격을 도야(陶冶)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 지만 현재의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인류사회에 이바지’하는 것보다는 대학의 상품성을 끌어올리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운영되고 있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 서 기업화된 대학과 경제성은 이제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국가-자본-테크놀로지의 트라이앵글’이고,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대학은 이러한 삼각관계를 재생산하는 기관인 것이다. 대학의 ‘발전’은 신문사와 평가기관들이 말하는 ‘좋은 대학’의 조건에 맞추어 진행되고, 취업률이나 경제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학과들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대학은 이제 ‘학문의 자유’ 아래 배움의 기회를 보장하는 곳이 아닌, 국가권력-사학 권력-시장권력 속에서 보다 나은 상품을 공급하는 수동적 기관이 되었다. 이와 같이 자본주의 사회의 요구에 따라 변질된 대학에서 효율성이나 경제성과는 거리가 먼 ‘상아탑의 인문학’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인문학을 포기하는 대학생들

 

  그렇다면 학생들의 입장은 어떠한가. ‘졸업하면 뭐 할 생각이야?’ 이는 요즘 대학생들이 가 장 많이 듣는 말이다. 심지어 우리는 대학 입학 전인 고등학생 때부터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 얻어야지’ 등의 말을 들어왔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에 대해 말하 는 것은 이제 입이 아플 정도이고, 청년 실업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중대사이다. 이러한 경쟁 추세에 청년들의 최우선 목표는 본인의 경쟁력을 키워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이 되었고, 입시라는 시장 속에서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은 기피 대상이 되었다. 인문학을 포기하고 실용적인 일을 하라는 조언을 듣는 것은 비단 오늘날의 일이 아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향한 칼리 클래스의 충고는 다음과 같다.

 

  이와 같이 위대한 철학자라고 평가 받는 소크라테스조차 철학을 연구하기보다는 입신양명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라는 비난을 받았다. 서양 철학의 뿌리가 되는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러한 비난을 받았는데, 경쟁이 더욱 심화돼 고 있는 현재의 대학생들이 과연 ‘입신양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이라는 시선이 팽배한 인문학을 배우기 위해 선뜻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터무니없이 비싸진 대학 등록금 또한 배움에서의 기회비용을 따지게 된 요인 중 하나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59.7%의 학생이 부모님의 도움으로, 9.0%의 학생이 대출로 18년 1학기 등록금을 마련하였다. 또한 2019년 잡코리아와 알바몬 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꼭 갚아야 할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1위로 대학 등록금을 꼽았다. 갈 수 록 불안해지는 미래와,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부모님과 대출을 통해 생긴 ‘빚’을 갚아야 한 다는 생각을 가진 대학생들이 취업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실용성 있는 학문을 찾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누가 요즘 대학생들을 인문학적 소양이나 낭만이 없고, 사회참여와 진리탐구에 냉담하다고 비난할 수 있는가?

 

작성자 : 항공교통전공 17 이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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