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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인문

다 타서 없어지진 않았나요?

by 은익짱짱 2020. 11. 3.

  요즘 따라 매사 귀찮고 무슨 일이든 흥미가 떨어지지는 않은가?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있지는 않은가? 모든 걸 혼자 해내려다 먼저 지쳐버리지는 않은가? 계획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끝으로, ‘무기력하지는 않은가?

 

  무기력하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자발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자신이 앞의 질문에 긍정하는 답변을 했다면 무기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때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한다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의심해볼 수 있다.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이어져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되는 무기력과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 알아보자.

 

<학습된 무기력?>

 

 

  앞에서 말했듯이 심리학적으로 자발성이 없는 상태인 무기력은 학습되기도 하는데, 이를 바로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한다. 이는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어떠한 시도나 노력도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여기며 자포자기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1967,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과 스티브 마이어(Steve Maier)24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한 우울증 실험에서 발견하게 되었는데, 실험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실험에서 개들을 세 집단으로 나누어 A 집단과 B 집단에게 전기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A 집단은 전기 충격 제어장치가 있어서 전기 충격이 올 때마다 이를 피할 수 있게 했고, B 집단은 선택의 여지없이 전기 충격을 받게 했다. C 집단은 아무런 전기 충격도 주지 않았다.

 

  이후 24시간 뒤, 두 번째 실험에서 모든 개를 왕복 상자(개가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는 낮은 칸막이가 설치된 상자)에 넣고 전기 충격을 주었다. 그 결과 AC 집단의 개들은 전기 충격을 피하기 위해 칸막이를 넘어 반대편으로 이동하는 것이 관찰되었으나, B 집단에서는 개들 중 2/3이 반대편으로 넘어가지 않고 무기력하게 전기 충격을 견디고 있는 것이 관찰되었다.

  B 집단의 개들이 전기 충격을 피해 도망가지 않은 이유는, 첫 번째 실험에서 전기 충격을 받았을 때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감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실험에서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반복적으로 자신이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을 겪음으로써 무력감을 학습하게 되고, 그 이후에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때(심지어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경우에도)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시도나 노력을 하지 않는 경향을 학습된 무기력이라 한다.

 

<낙관주의도 학습된다.>

 

  위의 개의 공포 반응 실험을 통해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셀리그만 박사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황을 여러 번 반복하면 절망을 학습하게 되며, 그로 인해 우울증으로까지 치닫게 될 수도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그런 그는 B 집단의 개들 중 포기하지 않고 전기 충격을 피해 칸막이를 뛰어다녔던 나머지 1/3의 개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그 개들이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 무기력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를 낙관주의에서 찾게 된다. 또한 무기력이 학습되는 것과 같이, 낙관주의 역시 학습될 수 있음을 밝혔다.

 

<무기력을 이기는 힘, 낙관주의>

 

  무기력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비관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데, 좋지 않은 일들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이것이 그들이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일들을 자신의 탓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낙관주의자는 똑같이 안 좋은 상황에 처했을 때, 실패를 해도 그저 일시적인 것으로 여길 뿐만 아니라 내 탓이 아닌 주변 환경과 불운 등에 의한 것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이를 도전으로 여기며 더 열심히 노력한다. 실제로 윈스턴 처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관주의자는 어떤 기회 속에서도 어려움을 보고, 낙관주의자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기회를 본다."

[출처] 상식으로 보는 세상의 법칙 : 심리편, 검색어 "번아웃 증후군"

  이때 셀리그만은 사고방식이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노력에 의해 성격 또는 마음가짐이 바뀔 수 있으며, 무기력 또는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이들을 그들의 상황 해석과 언어 습관 등을 긍정적·낙관적으로 바꿈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Albert Ellis)는 인간이 객관적 사실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자신의 관점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를 수정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상담이론인 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합리정서행동치료)를 제시했다. 이때 REBT의 근간으로, 엘리스가 처음에 제안한 ABC 논술법을 통해 낙관주의를 학습할 수 있다. AAdversity로 좌절, 역경이다. 즉 도전 등이 마음대로 되지 않은 부정적인 상황을 말한다. 또는 Activating events, 바람직하지 못한 정서적 반응의 원인인 어떤 사건의 발생을 뜻하기도 한다. BBelief, A에 대한 자아 신념과 마음 상태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CConsequence, B 때문에 취하는 행동 또는 부정적인 결과이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좋지 않은 일이 있다면, 그에 대한 생각과 심리 상태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행동했는지와 그에 따른 부정적인 결과를 돌아보는 것이다. 이후 자신의 행동 등에 대해 반박하고,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희망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낙관주의를 학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혼이라는 역경(A)을 통해 나는 상대방에게 버림받은 가치 없는 인간이다.’라는 부정적인 생각(B1)을 가졌다고 하자. 이에 대한 결과(C1)로 낙담, 우울증 등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혼이라는 것이 과연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를 뜻하는지(B1)에 대하여 의문을 갖고 끊임없이 반박하다 보면, ‘누구나 이혼할 수 있다. 이혼했다는 사실은 자신이 무가치한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라는 긍정적인 생각(B2)을 하게 된다. 이 효과로 인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와 감정을 갖게 된다(C2)는 것이다. 직업상담사 2급 시험에 나온 ABC 논리법의 예시를 더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학생인 내담자는 어려서부터 부모와 친척들의 기대를 많이 받아온 모범생이었다. 동생들은 공부를 못했으나 내담자는 잘했다. 대학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취업이 되지 않아 걱정이다. 집안의 장남이고 자신만이 항상 부모를 기쁘게 해왔다. Y회사에 들어가려 한다. 이번이 마지막 채용인 것 같다. Y회사를 떨어지면 실망이 클 것이다. Y회사에 들어가야만 한다.”

내담자의 A(이때 AActivating events를 뜻한다.)Y회사에 입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비합리적 신념인 B1는 반드시 Y회사에 들어가야 하며 떨어지면 실망이 크다는 것이고, 결과(C1)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한 상태이다. 하지만 B1에 대하여 ‘Y회사에 원서를 내고 떨어진다는 것이 과연 그렇게까지 끔찍한가?’, ‘떨어진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실망하고 절망하는가?’,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것인가?’ 등의 반박을 통해, ‘Y회사에 떨어진다면 기분이 나쁘고 부모님의 기대에 못 미쳐 마음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열심히 정보를 찾아본다면 다른 좋은 회사가 더 있을 것이고, 기회가 온다면 그동안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난 더 좋은 취업 기회를 가질 수 있다와 같은 합리적인 신념 B2를 가질 수 있다. 결과(C2)적으로 덜 불안하고 긴장할 것이다. 또한 면접 준비, 직업 정보수집 등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다.

출처 : https://www.yna.co.kr/view/MYH20190529019000038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번아웃>

 

  우리는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면, 번아웃 증후군을 겪게 된다. 번아웃(burn out) 증후군은 말 그대로 '다 불타서 없어진다'라는 뜻으로, 모두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것만 같을 때를 말한다. 특히 한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하는 성격의 사람들에게 번아웃 증후군이 더 많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나는 번아웃 증후군일까? 다음은 2015 안전관리공단의 간이 번아웃 증후군 테스트이다. 각 문항별로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면 된다(1-전혀 아니다, 2-약간 그렇다, 3-그냥 그렇다, 4-많이 그렇다, 5-아주 그렇다).

 

      1. 쉽게 피로를 느낀다.

      2.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

      3. '아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4. 일이 재미없다.

      5. 점점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6. 이유 없이 슬프다.

      7.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8. 짜증이 늘었다.

      9. 화를 참을 수 없다.

      10.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느낀다.

      11.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12.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한다.

      13. 만성 피로, 두통, 소화 불량이 늘었다.

      14. 자주 한계를 느낀다.

      15. 대체로 모든 일에 의욕이 없다.

      16. 유머 감각이 사라졌다.

      17.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

 

  1. 쉽게 피로를 느낀다. 2.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된다. 3. '아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4. 일이 재미없다. 5. 점점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6. 이유 없이 슬프다. 7.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8. 짜증이 늘었다. 9. 화를 참을 수 없다. 10. 주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느낀다. 11.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12. 여가 생활을 즐기지 못한다. 13. 만성 피로, 두통, 소화 불량이 늘었다. 14. 자주 한계를 느낀다. 15. 대체로 모든 일에 의욕이 없다. 16. 유머 감각이 사라졌다. 17.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게 힘들게 느껴진다.

 

  각 문항별로 매긴 점수를 모두 더하여 65점 이상이라면, 번아웃 증후군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불을 키우는 바람, 휴식>

출처 :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61120000106   http://digitalchosun.dizzo.com/site/data/html_dir/2019/01/30/2019013080157.html?now

  위의 통계 자료는 각각 20~50대에서의 번아웃 증후군 통계와 직장인 중 번아웃 증후군 통계이다. 이를 통해 20~50대 중 30대가 번아웃 증후군을 많이 경험했으며, 직장인 중에서는 약 90% 이상이 모두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해본 적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있는 번아웃 증후군,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아래의 통계자료를 보면,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한 직장인 중 50% 이상이 충분한 휴식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으며 약 40%가 취미생활을 통해 해소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두 영역을 합쳐 91.4%인 것으로 보아,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고 삶에 회의감이 들 때에는 이를 그대로 두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것, 취미 생활 등에 시간을 쏟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실수를 하더라도 '실수할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유, 즉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digitalchosun.dizzo.com/site/data/html_dir/2019/01/30/2019013080157.html?now

  만약 앞의 간이 번아웃 증후군 테스트에서 65점이 넘었다면, 충분한 휴식과 취미 생활 등을 놓치고 있는지,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격한지를 생각해보자. 그리고 여유를 즐기며, 자신에게 관대해질 수 있도록 연습해보자.

 

<낙관적인 태도로 바람을 쐬자.>

 

  자발성이 없는 상태인 무기력, 이를 학습하면 학습된 무기력이 되며, 이와 반대로 낙관주의를 학습하면 학습된 낙관주의가 된다. ‘학습된 낙관주의는 무기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한 방법이다. 이는 ABC 이론을 통해 기를 수 있다. 이때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질 때 겪게 되는 번아웃 증후군은 낙관주의적이고 여유로운 태도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번아웃 증후군을 통해 재만 남아버린 자신이 무기력이란 늪에 빠지면, 다시 빠져나오기 힘들다. 늪에 빠진 우리는 현실과 단절되고, 변화의 가능성을 보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무기력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그 순간, 변화가 시작된다. 때로는 낙관적으로 생각해보자.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기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학습된 무기력과 번아웃 증후군을 극복하자. 나답게, 멋있게 살아보자!

 

 

작성자 : 항공전자정보공학부 19 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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