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은 변한다. 끝까지 고집을 부려가며 지키려고 하던 방향마저 바람에 휩 쓸려 산산이 부서지게 만든다. 그 무미건조하고 이질적인 공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서 있다. 고양이는 언제부턴가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얼마간 넓게 펼쳐진 모래들의 천국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주위는 달과 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했다. 한낮에 모아둔 열기를 쓰레기 버리듯 쏟아낸 죽은 모래들이 음산한 소리를 내며 또르르 굴러다녔다. 달은 제자리에 떠서는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둥그렇게만 떠 있었을 뿐 모래들에게 지긋한 눈길을 주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노 란 눈으로 모래들이 버린 빛이 흘러들었다. 낯선 사막이 모두 눈으로 들어왔 다. 그의 털 색깔은 밤하늘처럼 까맸다. 고양이는 하늘을 보며 별을 따라 가려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발치에 무언가가 채였다. 발치에 있던 물건을 쥐는 게 어렴풋이 보였다. 물건은 바이올린이었다. 활과 함께 가지런히 놓여 있었던 걸 쥐었다. 그건 그의 작은 체구에 딱 맞는 바이올린이었다. 옆에는 바이 올린보다 작은 가방이 있었다. 그는 바이올린을 들었고, 가방까지 등에 멨다. 마치 무얼 해야 하는지 당연히 안다는 듯 모든 일은 금방 끝났다. 그렇지만 표정만 보면 그 행동은 자의에서 우러나오는 게 아닌 본능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여겨졌다. 바이올린을 연주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고양이는 가방과 바이올린을 들고 하늘을 보며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아직 주저하는 걸 보면 어느 별을 쫓아갈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멀리서 바 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그쪽으로 몸을 돌렸다. 눈에 가장 밝은 별이 들어왔 다. 그는 그 별의 이름을 알 것 같지 않았다. 별이 빛나는 쪽에서 계속해서 바이올린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별이 있던 방향으로 사막에 첫발을 내디뎠 다. 별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당장 보기엔 그가 별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제 길을 가는 것처럼 보였 다. 아까 잠깐 당황한 것을 제외하곤 두려움이나 그런 감정을 눈에서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오로지 본능이 이끄는 것처럼 보였다. 누가 닦아놓은 길도 없었고, 방향을 가르쳐주는 이정표조차 없었다. 가는 방향으로 크기만 다를 뿐 생긴 건 똑같은 모래 언덕들이 즐비해 있었다. 꼬리가 꼿꼿이 서 있던 걸 보면 당장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눈치였다. 냄새를 맡고 경계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 사막을 걷던 녀석이 갑자기 멈췄다. 숨소리가 거칠 어진 것이 들릴 정도로 지친 것 같았다. 바이올린을 들고 같이 걷는데 그냥 걷는 것보다 힘든 게 당연했다. 물도, 먹을 것도, 잘 곳도 없었다. 녀석은 제 발 옆에 바이올린을 두고는 차가운 모래바닥에 몸을 웅크 리고 잠을 청했다. 별을 처음 따라가기 시작한 지점에서부터 지금 웅크리고 있는 지점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추위에 털이 곤두서는 게 보였다. 주변에는 바람을 피할 장소나 도구가 없었다. 오로지 바이올 린뿐이었다.
너무 추웠던 나머지 잠에서 깼다. 그리고 다시 힘을 내 걷기 시작했다. 바 람이 잠잠해졌다. 모래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가 제 발을 독촉 해가며 열심히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곧 그의 눈에 별 대신 오아시스가 들 어왔다. 주변에 나무도 드문드문 있었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모닥불도 보였다. 모닥불에서부터 나온 조그마한 빛을 본 고양이는 서둘러 그쪽으로 달려갔다.
오아시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주인 없는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발자국은 바람이 부는데도 사라지지 않고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그는 일단 오 아시스 근처로 갔다. 오아시스에 있던 물을 할짝거리며 목을 축였다. 얼마 동 안 혀를 놀리고 나서 모닥불 쪽으로 갔다. 모닥불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보였다. 모닥불에 가서 웅크리고 앉았다. 그리고는 잠이 들었다. 달은 제 커 다란 몸이 점점 밤에 먹혀가고 있음을 인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결국 달이 먹히고 해가 뜰 것처럼 보였다.
발바닥에 무게를 실을 때마다 싸늘한 혼이 몸을 꿰뚫었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함이 무엇이든 해 보라고 거만하게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옥죄고 짓 눌렸다. 처음에 나는 그 위압감 때문에 허둥지둥했다. 거대한 모래 구덩이 속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연약함을 상상하게 될 정도로.
사막은 모든 걸 보여주었다. 추위, 황량함, 갈증, 피로. 그게 끝이다. 모래 구덩이 속에서 절망하지도 않았고, 죽음의 그림자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지도 않았다. 우연과 행운이란 게 있다면, 지금 보호받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무것 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사막의 끝에 무엇 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왜? 서 있는 땅은 이 땅에게는 낯선 존재를 수차례 괴롭히기에 이르렀다. 누군가에게는 터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행운이 붙었을 뿐 버림받는 장소, 고통의 소굴이나 다름없었다. 조롱하려 하는 것들에 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의 끝에서 존재를 남기고 싶었다. 바람에도 쓸려가지 않고, 모래 속에도 묻히지 않는 ‘나’라는 것이 이 사막에 자리를 잡 도록 하고 싶었다. 끝에는 무엇이 있건 웃기로 했다. 사막의 끝에 또 다른 사 막이어도 웃기로 했다.
고양이가 깨어났다. 보름달이 하늘을 꽉 메우고 있었다. 하늘은 검은색이 아닌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모닥불은 이미 재로 변해서 열기를 잃은 것처럼 보였다. 하늘에는 여전히 달이 떠 있었다. 아랑곳하지 않아 보였으나 곧 오아 시스가 사라진 걸 보았다. 몇 분간 계속 말라버린 오아시스를 보다가 바이올 린을 쥐었다. 그리고 첫날과 마찬가지로 사방을 둘러보았다.
모닥불 이외에 흔적들은 모두 사라졌다. 고양이는 뭔가를 잊은 듯 모닥불 주위를 한동안 얼쩡거렸다. 갑자기 그는 바이올린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모닥불의 타고 남은 재를 손으로 모아 다가 등에 메고 있던 가방 안에 담기 시작했다. 꽤 조심스 럽게 담고 있는 게 보였다. 얼마 못 가 바람이 불었다. 손에 들고 있던 재와 아직 남아있던 재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갔다. 눈에 남아있던 것은 회색빛이 돼버린 자기 손뿐이었다.
손을 털고 다시 가방을 멨다. 손에 묻은 재를 혀로 몇 번이고 깨끗하게 털 꺼낸 후에야 바이올린을 손에 다시 쥐었다. 고양이는 처음처럼 눈으로 별을 좇고 있었다. 가장 밝은 별이 먹힌 줄 알았던 달 옆에 나란히 떠 있었다. 고 양이는 그 별을 따라 걸었다. 끊임없이 쉬지 않고 걸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지칠 대로 지쳐 보였다. 그는 걸음을 잠시 멈추고 뒤로 돌아보았다. 자신이 사막 위를 밟고 간 발자국들이 있었다. 모두 하나 같이 똑같아 보였다. 고양이는 걔 중 자신이 마음에 드는 발자국을 골라 그 발자국과 함께 주변의 모래를 퍼서 가방에 넣었다. 다시 별을 따라갔다.
고개를 넘었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수없이 많은 모래 언덕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높고 험준했다. 바람이 불면서 더 쌓여 가는 것들과 깎여가는 모습 이 마치 사막이 춤추는 걸 보는 것 같았다. 고양이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언 덕들을 넘기 시작했다.
처음 언덕을 마주한 때, 겁에 질린 눈을 하고 있었다. 꼬리를 내리고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언덕을 올라가는 동안 바람이 자꾸 그를 아래로 떨어뜨 리려고 했다. 얼마쯤 올라가다가 뒤로 굴러 떨어졌다. 다시 올라갔다. 바람이 다시 밀었고, 다시 떨어졌다. 몇 번씩 굴러 떨어지는 동안 고양이는 컴컴한 밤 에도 보일 만큼 부옇게 모래 먼지를 뒤집어썼다. 그를 억지로 언덕을 오르게 하는 것은 아무 데도 없었다. 고양이는 마치 자석에 끌려가듯 계속 모래 언덕 꼭대기를 향해 올라갔다.
계속 미끄러진 끝에 고양이는 언덕 꼭대기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손으로 바이올린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 가방 안에 내용물이 잘 있는지 열어보니까 지 했다.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달을 쳐다보고 곧장 언덕을 내 려왔다. 달이 어느새 절반이나 줄어 있었다.
언덕이 잔뜩 있던 곳을 벗어났다. 다시 평범하게 보이는 사막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웅크리고 앉았다. 다리를 떨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서 떠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야옹. 목을 길게 빼고 한 번 울더니 곧 잠이 들었다. 달 은 자신이 있었던 흔적만 검은 자국으로 남기고는 또 사라졌다.
쉰 기침을 하면서 눈을 떴다. 하늘에는 둥글게 달이 다시 떠 있었고, 회색 빛이 다시 깨어났다. 별들은 두 번째로 달이 지던 때보다도 훨씬 많아졌다. 별들이 사막에 비쳤다. 고양이는 다시 일어서서 바이올린을 쥐고, 가방을 멨다. 이전부터 쫓던 별은 달과 정 반대편에 있었다. 바이올린 소리는 계속 그를 험한 길로 끌어당겼다. 그는 다리를 조금 절면서 자신이 쫓던 별이 아닌 달을 따라갔다. 이전에 언덕을 오르면서 다리를 삔 것처럼 보였다. 한참을 걸 어가자 앞쪽에 무언가 널브러진 물체가 보였다. 꽤나 멀리 있었기 때문에 그 물체에 가까이 가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건 또 다른 고양이였다. 온몸이 새하얀 고양이였다. 검은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바이올린과 가방을 메고 있었다. 검은 고양이보다도 더 컸다. 바이올린은 깨져있었고, 가 방은 찢기고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바이올린을 잠시 놓고 흰 고양이를 깨웠다. 몸은 차갑게 부는 모래바람에 굳어있었다. 움직이지 안았다. 그저 잔뜩 야위었을 뿐, 다친 흔적도 보이지 않았고, 어딘가 이상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 다. 검은 고양이는 흰 고양이의 깨진 바이올린을 바라봤다. 그걸 손에 쥐어봤다.
이미 깨진 바이올린은 두 가닥의 현으로 힘겹게 연결되어서는 끊어지지 않 으려 덜렁거렸다. 검은 고양이의 바이올린보다 훨씬 더 컸다. 잠깐 바이올린을 보다가 조용히 야옹거렸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흰 고양이 옆에 내려놓았 다. 흰 고양이의 털을 몇 가닥 뽑아서 자기 가방에 넣고 나머지는 찢어진 가방과 함께 모래로 묻었다. 그리고 무덤 위에 부서진 바이올린을 올려놓았다. 달은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서둘러 무덤을 지나 달을 쫓아갔다.
목 주변을 자꾸 긁어 목에는 상처가 났다. 어두운 밤에 보았으니 얼마나 깊은 상처인지 알 수 없었다. 계속 걷다가 웅크리고 쉬기를 반복했다. 달이 사 라질 즈음 고양이는 멀리서 예전에 봤던 모닥불과 오아시스를 보았다. 남은 온 힘을 다해서 뛰는 것처럼 보였다. 엄청나게 먼 거리를 불과 몇 분 만에 도 착한 그는 짐을 내려놓고 오아시스로 뛰어들었다. 풍덩 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고양이가 몸이 홀딱 젖은 채 물에서 나와 입에 뭔가 퍼덕이는 걸 하나 물 고는 모닥불 쪽으로 가는 게 보였다. 달이 내는 조그만 빛 때문에 고양이가 계속 고개를 땅에 박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뭘 다 먹었는지 고양이는 모닥불 주변에 웅크리고 앉았다. 야옹 소리만 길게 울렸다. 아까처럼 목이 마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달이 완전히 사라졌다.
고양이가 잠에서 깼을 땐 달은 네모나게도, 세모나게도 떠 있지 않았다. 하 늘은 이전과 변한 게 없었다. 잠깐 늘어지더니 곧 제 짐을 지고서 다시 달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얼마쯤 걷던 멀리서 움직이는 물체를 보았다. 물체는 서 서히 거리를 좁혔다. 그건 또 다른 고양이었다. 전에 봤던 죽은 고양이와 같은 흰색이었는데, 이번에는 검은 고양이보다 약간 작은 체구에, 작고 아담해 보이는 바이올린을 지고 있는 고양이었다. 이런 사막에선 어떤 물건이건 간에 바스러지기 마련이다. 모래바람에 긁히고, 색이 바랜다. 주인은 그걸 아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만 보았다. 잠시 후 검은 고양이가 먼저 한 발 내디뎠다. 흰 고양이도 따라 내디뎠다. 둘 은 금방 가까워졌다. 둘은 짐을 내려놓더니 서로의 코를 닿게 했다. 서로를 바라보고 눈을 감았다가 서서히 떴다. 이 행동을 몇 차례 반복하고 나서 둘은 짐을 들고 같이 길을 나서기 시작했다.
두 고양이가 달을 쫓아 걸었다. 검은 고양이에 비해 흰 고양이가 더 자주 멈추고 걷기를 반복했다. 흰 녀석이 멈추자 검은 녀석도 따라 멈췄다. 기다리 는 것처럼 보였다. 둘의 걸음걸이는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들은 계속 걸었 다. 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서 오아시스를 찾았다. 모닥불은 꺼져 있었고, 오아시스의 물은 얼마 없었다. 둘은 짐을 내려놓고 얼마 없는 물을 혀로 할짝거리고 가만히 웅크렸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검은 고 양이가 흰 고양이의 옆에 나란히 웅크렸다. 바람이 이질적인 존재를 내쫓으 려 했다. 둘은 날아가지 않으려 붙어 있었다. 달이 웅크리던 고양이를 비췄 다. 바람은 멈추지 않았다. 달이 질 때쯤에야 바람이 멈췄다. 두 고양이는 잠 이 들었다.
검은 고양이가 먼저 눈을 떴을 땐 흰 고양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꽉 차 있었고 비어버린 오아 시스만 검은 고양이의 눈에 들어왔다. 한동안 그는 서성였 다. 코를 땅에 박아서 냄새를 맡았다. 바람이 갑자기 일어 검은 고양이 주변에 모래 먼지를 일으켰다. 고양이는 기침을 했다. 그리고 모래를 턴 뒤에 바이올린을 쥐었다. 혼자서 계속 걷기 시 작했다. 달을 쫓아서 걸어갔다.
어머니를 따라가다가 길을 잃었다. 사막이란 곳은 워낙에 길을 헤매기 쉬 우니 조심하라고 어머니께서 항상 당부하셨다.
처음 본 고양이한테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그 고양이도 악의가 없었다. 감 상에 젖어있던 눈에서 많은 것을 봤다. 분명 나는 하얗다. 우리 어머니도 하 얗다. 어머니는 검은 것들과 상종하지 말라고 하셨다. 어머니의 말이 항상 옳앗다. 그런데,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의 말을 듣지 않았다. 왜 그러는지 몰랐 다. 익숙한 냄새? 그럼 다른 고양이들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올까? 항상 어머니가 추구하셨던 타당한 근거와 누구도 믿지 말라는 당부의 말에 부합하 지 않았다. 내가 옳았다고 할 수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내 앞에서 울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까이 갔을 때 악의가 있었다면 나는 이렇게 생각에 잠길 틈이 없었을 것이다. 참 단순한 논리로 그 와 함께 여정을 떠났다. 이대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기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어머니가 떠올랐다.
검은 고양이와 가는 건 내 길에서 아주 짧은 일이었다. 그가 우리 어머니를 찾으러 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나는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편안한 품에서 벗어났다. 처음 느꼈던 어머니의 품과는 전혀 다른 든든함. 나는 어머니를 찾아 이 검은 고양이에게 돌아올 생각이다. 바람이 인연을 닿게 할 것이다.
지금은 하늘에 별이 얼마 없다. 주위가 어두웠다. 고양이의 눈은 달을 보고 있다. 계속 걷고 있었다. 멀리서 다른 두 개의 눈이 보인다. 그 눈의 색은 초 록색이었는데 달을 쫓아가는 고양이를 향해 있다. 그는 그걸 보지 못한 것 같 앗다. 초록 눈이 그와 점점 가까워졌다. 둘은 매우 가까웠을 때야 서로를 인 지할 수 있었다. 초록 눈을 한 흰 고양이가 검은 고양이를 순식간에 덮쳤다. 초록 눈이 검은 고양이를 공격했다. 할퀴는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몇 번씩 들렸다. 상황은 덩치가 큰 초록 눈에게 유리하게 돌아갔다. 초록 눈이 검 은 고양이 위에서 공격했다. 당하고만 있지 않으려고 검은 고양이도 몸을 비 틀어 자리를 바꿔서 공격했다. 공격이 끝나고 서로 경계를 하며 거리를 뒀다. 검은 고양이는 상처가 많았다. 몸 중간에 털이 빠지고 할퀴어진 자국들이 대 부분이었다. 피를 흘리고, 왼쪽 앞다리를 절고 있었다. 반면에 초록 눈은 거 의 멀쩡하다시피 서 있었다. 달이 지고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눈도 반쯤 감 긴 상태였다. 검은 고양이가 털썩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초록 눈은 검은 고 양이를 지나쳐 그의 바이올린 쪽으로 갔다. 그리고는 검은 고양이의 바이올 린을 들고는 있는 힘껏 땅바닥에 내리쳤다. 바이올린이 깨졌다. 초록 눈은 한 번 씩 웃더니 모래 언덕 너머로 사라졌다.
검은 고양이가 정신을 차렸을 땐 다시 달이 차올랐을 때였다. 자기 주변에 있는 망가진 바이올린을 봤다. 애달프게 울기 시작했다. 사막이 떠나가라고 울었다. 상처에서는 피가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다리 도 계속 절었다. 가방 속에 물건들은 이미 헝클어지고, 흩어진 뒤였다. 그는 망가진 바이올린을 갖고 다시 달을 쫓아 걷기 시작했다. 전보다 자주 쉬어가고, 오래 쉬었다. 달은 고양 이가 쉬어가는 걸 기다리지 않고 쉼 없이 줄어가기만 했다.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오아시스에는 물도, 모닥불도 없었다. 말라버린 오아시스에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상처를 핥았다. 아주 조금의 물이 고여 있는 걸 보았다. 고양이는 그 물을 마시고는 그대로 잠들어 버렸 다.
먹이란 것을 붙잡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나 저렇게 앞뒤 가리 지 않고 무조건 무언가를 따라가는 녀석은 아주 손쉬운 먹이이다. 저런 녀석 은 자신이 이 사막의 먹이사슬에 우위에 있는 것이라 착각할 것이다. 자기 위에 천적이 있음을 각인시켜주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덮칠까? 아니면, 정면에서 위협할까 한참을 고민했다. 자신감이 한 번에 달아나 두려움에 떠는 표 정이 어떨지 입맛을 다시게 되었다. 이미 사막을 오래전부터 밟아온 동물에겐 아무것도 없다. 많은 동물들을 먹어치웠다. 독이 있어 위험하다는 전갈부터 지네, 여우 등 닥치는 대로 먹었다. 같은 고양이도 수십 차례 죽여 놓았다. 비실비실해 보이지만 유흥거리가 될 거라고 확실했다.
녀석을 주시하는 동안 무언가 등에 매달고 가는 것이 보였다. 매우 아끼는 것처럼 보였다. 먹지도 못하는 물건인데 상처 하나라도 용납하지 않으려 필사 적이었다. 이런 사막에서 쉽게 죽으려고 환장했다. 화가 치밀었다. 먹이 사슬의 정점에도 올라봤다. 손 안에서 버둥거린 먹잇감들 대부분은 저런 나무 쪼가 리보다 실낱같은 희망과 연결된 목숨의 연장을 탐할 뿐이었다. 저 물건은 반 항이며, 저 물건을 지키고자 행위는 곧 모독이나 다름없다. 그간 쌓아온 정점의 노력을 헛수고로 만드는 것이었다. 모독, 치욕. 오만가지 단어가 떠오르자 이성이 흔들렸다. 그리고 우연이란 명목으로 적의를 드러냈다.
나무 쪼가리가 부서지면서 슬슬한 음색이 귀를 후벼 팠다. 기뻤다. 그래, 굴복시켰다.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서 이제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사소하게, 웃음을 후회하게 되었다.
얼른 자리를 떴다. 후회감은 사라졌지만, 귀가 점점 아파왔다. 가는 동안에도 물건에서 달랑거리던 울음소리가 귀를 쑤셨다. 소리는 사라져도 바람을 타고 자꾸만 귓가로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은 터져버릴 것 같았고, 몸은 분노를 못 이겨 뒤틀릴 것만 같았다. 소리를 피하기 위해 달렸다. 달릴 때마 다 소리는 점점 커지기만 했다. 아까와는 다른 음악이 들렸다. 그래, 다른 놈 들이 더 있었다. 안도와 비슷한 게 가슴속에 들어왔다. 곧 소리를 따라가고 자 하는 생각에 음악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뛰었다. 한참을 가니 그곳엔 늙고 수척해 보이는 고양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쉬었음에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상처에선 피가 멎었지만, 아직도 다리를 절고 있는 게 보였다. 안심하고 있을 때 바람에 상처 가 쓸려 피가 다시 나왔다. 상처가 벌어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고양이는 자신의 망가진 바이올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가방에 망가진 바이올린을 집어넣었다. 가방을 다시 들고 달을 쫓으려다 멈췄다. 고양이는 한 걸음 걷다 가도 멈추고, 다시 가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도중에 몇 번은 쓰러졌다. 그 의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계속 걸었다. 달이 절반쯤 졌을 때, 그는 쓰러 졌다. 그리고 그대로 잠들었다.
사의 날개도, 광휘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약을 꺼내서 자고 있는 고양이의 상처에 바르고 붕대로 감아 주었다. 그리고 깨지 않게 천천히 가방에서 부서진 바이올린을 꺼냈다. 바이올린을 들고 한참을 보더니 자기 등짐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등짐에서 꺼낸 이상한 물체를 갖다가 바이올린에 몇 번 뿌렸다. 그리고 남은 붕대로 바이올린을 감았다. 그리 고 그 사람은 고양이가 머리를 둔 쪽의 반대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 고 양이가 잠에서 깼다. 뭔가를 느끼기라도 한 것처럼 뒤를 돌아봤다. 멀리 검은 천이 펄럭거리다가 사라졌다. 고양이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은 듯 보였다. 얼 마 안 가 다시 잠들었다.
사막을 여행하는 데에 가장 큰 이유는 경험을 위해서였다. 사막에는 뜻밖에 적선이 필요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하늘에 뜻에 달려있다. 하늘이 나를 이곳으로 끌고 왔건, 다른 이를 나에게 끌고 왔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내게 선행을 행하라며 목적성을 신신당부하는 뜻은.
손길이 필요해 보이는 동물이 보였다. 고양이었다. 사막에 무슨 고양이인가 싶었지만, 곧 상태가 심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얼마 없는 재료로 다친 곳을 꼼꼼히 치료하지는 못했지만, 상처가 아물 때까지 충분한 양의 약을 바르고 붕대를 둘렀다. 고양이가 잠깐 정신이 들은 모 양인지 나를 슬쩍 보더니 또 이내 기절했다. 몸 주변에 붉은 자국이 흐릿하 게 보였다. 치료하고 나서 보니 그 자국도 얼마 안 돼 금방 바람에 휩쓸려 사 라졌다. 치료가 끝나고 나니 가방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가방을 조심히 들어서 안을 보니 바이올린이 부서져 있었다. 바이올린을 보니 다행이었다. 그나 마 잘게 부서지지 않아서 어떻게 붙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 가장 보잘것없던 물건이 여기 쓰이게 될 줄 몰랐다. 바이올린을 부 서진 틈대로 맞추어 붙였다. 모양은 제법 원형을 갖추었다. 혹시 떨어질까 남 아있는 붕대를 마저 감았다. 슬쩍 줄을 당겨봤더니 소리에는 이상이 없었다. 후우, 안도의 한숨이 먼저 나왔다. 보람, 이 보람 때문에 계속 사막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이다. 고양이를 떠나 사막을 걸었다. 달이 참 밝다.
다시 일어났을 때의 고양이는 편해 보였다. 다리 저는 것을 멈췄다. 달이 다시 꽉 차있었다. 일어나서 걸으려다가 발치로 눈을 돌렸다. 붕대가 감긴 바 이올린이 있었다. 그는 바이올린을 들었다. 바이올린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 다. 한참 뒤에야 계속해서 달을 쫓아 걷기 시작했다. 멀리, 검은 고양이의 맞은편에 다른 고양이가 걸어오고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경계해가며 걸어갔다. 가까이서 본 그 고양이는 매우 늙은 고양이었다. 검은 고양이와 매우 비슷해 보였다. 같은 노란 눈에 검은색 털. 빛이 바래서 회색으로 보였다. 거기에 손 에는 낡은 바이올린을 들고 있었다. 등에는 뭔가를 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검은 고양이는 한동안 늙은 고양이를 경계했다. 늙은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에게로 천천히 다가왔다. 검은 고양이는 바이올린을 뒤로 놓고 당장이 라도 덤벼들 기세를 취했다. 달이 두 고양이를 비췄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 도 두 고양이 사이의 거리는 변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지친 검 은 고양이가 경계를 풀고 늙은 고양이에게로 다가갔다.
두 고양이는 처음에 아무 말도 없었다. 둘은 눈을 마주치고 서로를 뚫어지라 쳐다봤다. 검은 고양이가 먼저 늙은 고양이를 살폈다. 검 은 고양이의 눈이 낡은 바이올린을 향했다. 바이올린의 몸체에는 이미 한 번 깨진 것 같은 금이 간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낡은 모습에도 불구하고 바이올린은 황금빛을 띠었다. 검은 고양이가 늙은 고양이의 눈을 쳐다봤다. 두 고양이는 눈으로 대화하는 듯 보였다. 대화가 끝나자 늙은 고양이가 웃으며 별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 별은 이전에 검은 고양이가 쫓던 가장 밝게 빛 나는 별이었다. 검은 고양이는 알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늙은 고양이는 다시 아무 말 없이 웃었다. 그리고 검은 고양이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검은 고양이는 늙은 고양이 쪽으로 몸을 돌리다가 달을 쳐다봤다. 늙은 고양이 쪽에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맨 처음 사막에서 들은 음악이었다. 혼자 고갯짓을 했다.
검은 고양이는 한참을 서성거렸다. 바람은 계속 불었지만 발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달은 반쯤 어둠에 잠겨있어 다. 결국, 달이 아닌 별 쪽으로 몸을 돌렸다. 계속 걸었다. 먼 앞쪽으로 빛이 한 가닥 보였다. 고양이는 빛을 보고 잠깐 멈췄다. 빛을 경계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한참 뒤 다시 걷기 시작했다. 바이올린을 손에 쥐고 빛으로 갔다.
이 사막에는 해가 없다. 상식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것도 이미 상식을 벗어나서 사는 걸 보며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나 아주 잠깐이지만 스쳐 지나가는 해를 놓치지 않았다. 해는 이 차가운 사막에 온기를 가져다주지 못했지만 따 뜻했던 한때를 기억하기엔 충분한 시간과 생각을 주었다. 태양은 원래 사막에 서 지내기 이전에 갖고 있던 상상이다. 동시에 실체 했다. 이전에 그 해를 직 접 봤다. 그리고 지금도. 이제야 이해되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다고 후회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사치에 불과했다.
수없이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왔고, 충분한 경험을 했다고 자부했다. 바이 올린을 켠 지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바이올린을 수없이 켰다. 그리고 비슷 한 모습을 봐왔다. 모두 똑같다고 세상을 규정해도 될 정도로, 엇나가는 부분 이 없이. 그런데 아직 해가 남아있었다. 처음 해를 본 이후로 두 번 다시 보 지 못할 줄 알았는데.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크게 웃고 싶었지만 젊은 고양 이의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면 의아해할 거라 여겼다. 거짓말을 못 해서?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가 묻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다행히 그는 아무런 말 없이 떠났다.
그가 떠난 후 다시 바이올린을 켰다. 낡고 노쇠한, 아마 손이 멈출 때까지 계속 연주할 것이다. 멀리서 하얀 고양이가 보인다. 저 고양이가 마지막이다. 그래, 아마 마지막이다.
빛 주변에는 반딧불들이 노닐고 있었다. 고양이는 신기한 듯이 반딧불들을 쳐다봤다. 곧 반딧불들이 빛 속으로 사라졌다. 고양이도 반딧불들을 쫓아 빛으로 들어갔다.
빛에 도착한 고양이는 잠깐 동안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양이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험준해 보이던 모래 언덕도, 오아시스도 아니었다. 넓은 해변과 해 변을 따라 펼쳐진 바다가 있었다. 파도는 잔잔했고, 물은 달이 내 는 빛을 고스란히 받아가며 빛나고 있었다. 그는 바다에 발을 담가봤다. 바다를 처음 본 것처럼 움찔했다. 달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 바이올린 소리가 들렸다. 귀는 쫑긋거렸 고, 소리가 나는 곳을 찾으려는 듯이 보였다. 바이올린이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자기 마음대로 흔들리며 소리를 내는 것 같앗다. 그는 계속 바다 쪽을 보고 있었다. 달이 졌다. 자지 않고 깨어 있었다. 바이올린 소리는 계속 들렸다. 계속 바다 쪽에서 들 려오고 있었다. 멀리 지평선을 바라봤다. 잠시 후, 해가 뜨기 시작했다.
해를 봤다. 해는 달과 달리 따뜻하게 보였다. 고양이는 손을 핥으며 해가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해가 완전히 뜨자 바이올린 소리 가 멈췄다. 가방을 풀었다. 가방 안에 있던 재, 모래, 하얀 고양이의 털까지 가방과 한꺼번에 해변에 묻었다. 그리고 자기 손에 쥐고 있던 바이올린을 보 았다. 바이올린에 감긴 붕대를 발톱으로 긁어서 끊어냈다. 바이올린의 턱받 침에 턱을 괴었다. 한 손으로는 활을 잡았다. 고양이는 해를 보고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바이올린은 멀리서 들려온 소리와 같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 음악만을 위해 연주될 바이올린이란 느낌을 주었다. 바이올 린 위에 햇빛이 내려앉아 황금빛으로 빛이 났다.
해가 완전히 뜨자 해변은 빛이 났다. 파도는 파랗게 빛이 나고 있었다. 바 이올린 연주가 끝나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고양이는 몇 초간 해를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눈을 감고 바이올린을 옆에 놓았다. 그는 해변을 바라봤 다. 한쪽 끝을 보다가, 반대쪽을 바라봤다. 그는 늙은 고양이처럼 씩 웃었 다. 한참 뒤에 바이올린을 다시 손에 쥐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변을 보고 는 해변을 등지게 돌아섰다. 해변으로부터 나와 다시 자신이 들어온 빛을 향해, 사막을 향해, 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걷는 동안에도 바이올린을 켜는 걸 잊지 않았다. 바이올린은 계속 같은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해변에서 들 은 그 바이올린 소리, 그 소리는 사막 전체로 퍼졌다. 계속 걸었다. 별을 쫓 아 걸었다. 얼마 뒤에 힘에 부쳤는지 잠시 연주를 멈추었다. 그리고 먼 사막을 내다보았다. 검은 고양이의 반대편에 멀리 검은 천이 펄럭이는 게 보였다.
검은 고양이는 자기 몸에 감긴 붕대도 모두 풀었다. 그리고 마치 이전에도 그 했던 것처럼 검은 천을 뒤집어쓴 무언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 천을 따라갔다.
사막은 변한다. 끝까지 고집을 부려가며 지키려고 하던 방향마저 바람에 휩쓸려 산산이 부서지게 만든다. 하나 바람은 항상 그렇지 않다. 고집은 방향 이 부서지는 걸 막는다. 이젠 이질적이지 않은 공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서 있다. 발치에 뭔가가 채였다.
작성자 : 항공전자정보공학부 16 김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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