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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항공대 한눈에 보기

더 나은 항공대를 위하여, 2019 학생총회에 대한 피드백

by 은익짱짱 2020. 4. 27.

이 날 학생총회는 총원 293명이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시작되었다.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그리고 학생총회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정치가 존 에머리치가 한 말이다. 이 말을 진리로 여겨 우리 학교의 총학생회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투명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총학생회의 회계처리를 공개한 것도 사실 몇 년 지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한국항공대학교 학생과 총학생회 모두가 노력한 결과이다. 더 나은 복지와 생활요건을 위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발전해나가는 이 과정의 중심에, 학생총회가 있다. 학생총회는 총학생회가 만든 공약을 최종적으로 학우들과 검토하는 자리이다. 선거 때 준비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예산 책정과 개요가 만들어지면 학생총회에서 공약을 공개하여 토의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약의 구체적인 비전을 만들어간다. 찬반을 통해 인준된 공약은 곧바로 시행에 들어가고, 그렇지 않은 공약은 수정을 통해 재심사하거나 폐기된다. 2019321일 수요일 학생총회에선 총 여섯 가지 공약을 다루었다. 문화의 날 행사, 어학 장학금, 자치적 강의 평가, 학생홍보단 사업, 항공대 굿즈 사업, 교양과목 확대 총 여섯 공약에 대해 학우들과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 과정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공약에 대한 설명

 공약을 담당한 각 부장과 학생회장/ 부회장이 사업에 대한 단계적 계획과 예산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 학생총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강당에 들어올 때 받은 학생총회 팸플릿과 부장의 설명으로 공약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얻게 된다.

 

-학점 교류대학 확대, 교양과목 확대 안건에 대한 설명 -

 

 올해 한국항공대학교가 교육혁신지원사업에 채택되었습니다. 교육혁신지원 사업의 아이템 중에 학점교류대학 확대가 포함되어 있어 학교 측에서 준비를 하고 있으며, 상반기 내로 공유 플랫폼인 KOCW에 학점 시스템을 개설하여 2학기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KOCW로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가 된다면 교양과목의 확대도 함께 진행될 계획이며 이에 더불어 교수님 보강 계획도 잡혀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또한 총학생회 주관 강의평가를 할 때 추가적으로 개편했으면 하는 교양과목에 대해 조사하는 항목을 만들어 교양과목확대에 있어 학우 분들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에 총학생회에서는 주기적으로 학점교류대학 확대와 교양과목 확대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하여 진행상황을 파악 및 보고할 예정입니다.

 

2. 질의응답

 학생은 들어올 때 받은 팸플릿을 들어 발언권을 얻고, 신분을 밝힌 후 질문을 한다. 공약의 실현 가능성부터 효능, 중복되는 이전의 공약이나 지속 가능성 등 다양한 방면으로 질문을 하고 학생회장과 각 부장은 그에 대해 답변한다. 이 과정에서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비전을 제시하고, 안 좋은 부분이 있으면 우려되는 점을 질문한다.

 

-학교 굿즈 활성화 안건에 대한 질의응답 -

 

Q1. 학교의 각 과마다 고유의 굿즈를 지원해줄 수 있는가?

A1. 이번 안건은 총학생회의 예산으로 진행하므로 각 과별 굿즈는 학교와 협의가 필요하다. 만약 각 과에 구체적인 기획안을 작성하시고 총학생회실을 방문해주신다면 같이 진행하겠다.

 

Q2. 굿즈 판매로 얻은 이익은 어떻게 되는가?

A2. 비영리로 진행하는 공약이기 때문에, 마진이 남지 않도록 원가로 판매할 예정이다.

 

Q3. 굿즈 선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추가할 의향은 있는가?

A3. 기본적으로 사전에 정한 품목을 격월로 제작할 예정이다. 1학기는 총학생회 측에서 먼저 선정한 품목을 중심으로 제작을 진행할 것이며, 2학기는 1학기 학교 굿즈 품목의 피드백 과정에서 학우 분들께 요청을 받은 품목을 중심으로 제작을 진행할 예정이다.

 

3. 찬반투표

 질문이 일정시간 나오지 않으면, 찬반투표를 한다. 투표권 대신으로 받은 팸플릿을 들어 찬반 의사를 내면, 각 과를 담당한 학생회 인원이 총 인원과 투표수를 센다. 투표 총인원이 정족수를 넘고, 찬성표가 정족수의 과반수를 넣으면 해당 공약은 학생의 인준을 받게 된다. 찬반투표가 끝나면 1의 과정으로 돌아가, 다음 공약에 대한 인준 절차를 밟는다.

대표적으로 1번 안건인 학점 교류대학 확대, 교양과목 확대에 대한 찬반투표는 총 인원 293명 중 281명이 찬성하여 공약이 인준되었다.

 

4. 건의사항

 6개의 공약에 대한 인준 과정이 끝나면 학생들의 건의사항을 받는다. 흡연 구역 확대나 체육 시설 개선 등 학생들의 학교 발전 제언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유효하다고 판단되는 안건은 다음 학생총회의 공약으로 넘어가고, 실제로 시행된다. 화장실에 비데가 생기거나, 시험기간에 빈 강의실을 열어두는 시스템이 이 과정에서 의견을 얻었다.

 

관심 없는데, 굳이 가야하나요?

 

 

 학생총회의 시스템은 이론적으로 완벽하다. 어느 쪽도 악한 마음으로 공약을 제기할 수도, 저지할 수도 없다. 많은 담론이 오고가며 답을 찾는 건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의사 결정 과정이다. 의도도 좋고 진행 방식도 마음에 든다. 그러나 학생 입장에서 바라본 학생총회는 문제가 많았다. 학생의,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자치 기관의 자치적 행사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문제를 자세히 파고드니 그럴듯한 원인과 고치기 힘든 악순환을 찾을 수 있었다.

일단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자.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안건의 선정과 학생들의 무관심이다. 먼저 학생회에서 다루는 안건이 너무나도 가벼웠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나쁘지 않은 학생들의 복지 여건 보장을 다룬 공약이 총 4개인데, 각 공약이 1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을 예산으로 책정하고 있었다. 부담이 크지 않은 공약은 학생들의 생활 여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이를 위해 굳이 학생총회에 나가 자신의 의사를 표할 필요가 있는지 의심해봐야 할 정도였다. 이를 반영이라도 한 듯 학생총회에 참석한 학생의 수는 전체 학생의 10%도 채 되지 않는 297명이었고, 이에 더불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이탈하는 학생이 늘어나 마지막 공약에 대한 찬반투표를 할 때는 겨우 210명의 학생만이 자리를 지켰다.

 

 이는 두 번째 문제인 학생들의 무관심과도 연결되어있다. 현재 학교의 운영에 큰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 학생들은 자연스레 관심이 멀어지게 되었다. 당장 20182학기에 큰 논란을 일으킨 경인지역 대학교 통합 문제만큼 큰 이슈도 생기지 않았고, 평화롭게 돌아가고 있는 학교를 반영이라도 한 듯,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인 학생총회에 참석하는 학생의 수는 많지 않았다. 내고싶은 목소리도, 듣고싶은 의견도 없기 때문이다.

학생회에서 내보인 공약이 가볍다는 점과 학생총회에 참여하는 절대적인 인원수가 적다는 점, 이 두 가지 문제는 서로가 서로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1차적으로 학생들은 총학생회비를 내지 않고, 총학생회는 가용할 수 있는 돈이 적어 큰 공약을 학생총회에 내세울 수 없고, 안건이 시원치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굳이 학생총회에 참가하지 않고 학생회의 관심이 사라져 다음 학기에 총학생회비를 내지 않는다. 결국 가난해진 총학생회는 큰 공약을 이행할 수 없고 이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 원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미치는 악순환을 만들게 된다. 학생들은 총학생회비를 내지 않고, 총학생회는 가용할 수 있는 돈이 적어 큰 공약을 학생총회에 내세울 수 없고, 안건이 시원치 않은 학생들은 굳이 학생총회에 참가하지 않고, 학생회의 관심이 사라져 다음 학기에 총학생회비를 내지 않는다. 또 가난해진 총학생회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손을 잡을 타이밍은 바로 지금! 출처:슬램덩크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이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우리 학생이다. 무관심은 곧 학생들의 자치권을 앗아가고, 불명예스러운 과거의 과오를 돌이키게 될 것이다. 학생회비가 오롯이 학생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또한 더 나은 학교의 복지 여건과 자생적인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총학생회와 학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학생회는 홍보와 복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아 학생들의 신뢰를 얻는 게 우선이다. 2018, 49대 학생총회는 정족수를 넘기지 못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는 1차적으로 제대로 준비하고 홍보하지 못한 49대 학생회의 책임이지만, 그 뒷감당은 2019년의 50대 학생회가 받게 되었다. 재정적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비록 2019년의 총학생회의 잘못은 아니지만, 이 불신은 다음 세대에 넘겨야 하지 않을 중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한 번 얻은 신뢰는 학생들의 정치참여와 학생회비로 이어진다. 한 번의 노력으로 2018년부터 이어온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한다.

또한, 학생총회에서 학우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안건을 만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한정된 돈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낼 수 있는 큰 공약을 내걸 수 있는 대담함과 용기가 필요하다. 학생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각자 100만원 내외의 예산에서 해결해야 했지만, 한두 가지 사업만을 집중적으로 한다면 이는 큰 투자를 한 만큼 큰 효율을 볼 수 있다. 선택의 효과가 커질수록 의사결정권자로서의 학생은 더 큰 역할을 기꺼이 해낼 것이다.

 

 한편 학생은 개인 개인이 부담을 기꺼이 짊어져야 한다. 학교가 주는 혜택만을 받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 학교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관찰해야한다.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이 과정을 모두가 되돌아보지 않는다면, 학교와 학생회는 자생 능력을 잃고 더욱 닫힐 우려가 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이더라도, 우리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모여 결과적으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모든 민주주의 사회의 모습이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시행착오야말로 진정한 해결책이고, 모두가 이를 기꺼이 받아들임으로 사회는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하게 된다.

2018년에 비해 2019 학생총회는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이는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판을 수용하고 더 나아지는 과정은 짧지 않겠지만 나를 비롯한 학생들은 기꺼이 기다릴 것이다. 이번에 얻은 상처와 교훈만큼 학생회는 성장해나갈 것이다. 기대가 크다.

 

 

작성자: 기계공학전공 14학번 이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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