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에 엔진이 몇 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보통 2개 혹은 4개의 엔진이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항공기에는 숨겨진 엔진이 하나 더 있는데, 이를 APU라고 부른다. 그림에 볼 수 있듯이 항공기 엉덩이 부분의 구멍이 APU에 해당한다. 이 구멍을 기내에서 발생한 쓰레기 배출구나 대소변 배출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용도의 구멍 정도로 보기에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그렇다면 이름조차 생소한 이 APU가 무엇이며 항공기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APU는 Auxiliary Power Unit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보조 동력 장치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항공기가 공항에서 주기 중이거나 지상에서 이동할 때 소음과 1)후류의 영향을 방지하기 위해 엔진을 끄면서 전력을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이며, 주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여 추력 발생과 전력 및 공기의 공급 불가한 경우 가동되어 항공기의 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와 공압을 공급을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보조적인 동력 공급 장치 역할을 하는 소형 가스 터빈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APU의 가장 큰 역할은 2)공압을 생산하고 주 엔진에 시동을 거는 것이다. 자동차 엔진의 경우 그 크기가 작기 때문에 내부 배터리 등의 힘으로 엔진에 시동을 가할 수 있지만, 상용 여객기의 경우 배터리의 힘으로 주 엔진을 가동할 수준을 넘어섰기에 다른 장치에서 힘을 가해 시동을 걸어줘야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항공기의 주 엔진에 시동을 걸기 위해선 APU에서 생성되는 공압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APU는 주 엔진보다 작기 때문에 배터리의 힘으로 충분히 시동을 가할 수 있다. 이렇게 시동이 걸린 APU는 주변의 공기를 흡입하며 화씨 200⁰F(섭씨93⁰C), 3)40psi에 이르는 고온 고압의 압축 공기를 생성하고, 이를 항공기 내부의 필요한 곳으로 보낸다. 4)강하게 압축된 공기의 일부는 뉴매틱(pneumatic, 고압압축공기) 스타터로 불리는 시동기기를 회전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이것이 주 엔진의 축과 연결되어 회전시키게 된다. 이 회전 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주 엔진에 연료를 흘려보내고 점화를 가한다. 이후엔 그 화력에 의해 엔진이 자력으로 구동된다.
이 외에도 APU는 지상에 머무는 항공기의 각종 전자기기 작동, 조명기기 점등, 냉난방 장치 동작 등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항공기가 사용하는 전기는 크게 5)교류와 6)직류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직류 전기는 항공기에 내장된 배터리에서 공급받을 수 있지만, 더 큰 전압을 갖는 교류의 경우 배터리에서 공급받기에 한계가 있다. 물론 비상시에는 교류 전력을 배터리에서 생성하기도 하지만 이는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항공기가 주 엔진을 가동한 이후에는 주 엔진에서 전력을 생산한다. 항공기의 주 엔진을 가동했을 경우 그 주변 일대는 매우 위험해지기 때문에 계류장에서 엔진을 가동할 때에는 위험 반경을 설정하여 안전을 확보한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자 APU를 가동함으로써 교류 전력을 생성하는 것이다. APU는 주 엔진만큼 공기를 흡입하지도 않고 배출시키지도 않기 때문에 계류장에서 APU를 가동한다 하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APU에서 생성된 전력은 전원 공급을 필요로 하는 각 부분으로 보내진다.
또한 APU는 항공기 내부 온도를 조절하는 시스템에 압축 공기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기본적으로 이 압축 공기의 온도는 매우 높지만 여러 장치를 거치면서 온도를 낮출 수 있다. 밖에서 끌어온 공기를 APU가 압축하고 그 온도를 항공기 계통에서 낮추기 때문에 항공기 내부에 지속적으로 신선한 공기가 순환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APU는 어떻게 시동되는 것일까? APU는 전기모터를 이용하여 시동을 건다. 전기는 비행기에 탑재된 배터리 혹은 외부전원을 이용한다. 비행기에는 배터리가 1~2개 탑재되고 있어 APU를 시동 걸 때나 비상사태 시에 비행을 계속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으로 사용한다. 추운 날 아침 일찍 출발하는 항공기라면 2시간 정도 전부터 전원을 넣어 APU를 돌리고 비행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APU가 있으면 아무런 지상 지원설비가 없는 곳에 착륙해도 비행기에 연료만 있으면 필요한 전원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APU는 하나의 소형 엔진이므로 주기 중인 비행기에 전원이나 압축 공기를 공급할 수도 있지만, 장시간 작동하는 경우 공회전에 의한 환경문제와 경제성 또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공항에서는 지상에서 주기 중에는 APU를 사용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연료 소모율이 낮은 GPU를 최대한 활용한다.
GPU란 Ground Power Unit의 약자로, 공항 주기 중인 항공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장비로, 항공기 자체 APU에 문제가 있거나 APU로 인한 공해 물질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별도의 운용되기도 하는 지상 전원 공급 장비다. GPU는 항공기에 최소 전원을 공급하는 것이지, 항공기의 모든 기기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GPU는 압축 공기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기내 온도 조절 시스템에 압축 공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 B747 기준으로 항공기 내부의 전지 충전, APU 시작용 연료펌프 작동, 항공기 도어 및 라이트 구동, 기내 서비스 시설 작동 등에 필요한 전원이 이 GPU를 통해 공급된다. 뉴매틱 스타터에 공급되는 동력원을 압축기가 구동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3상의 교류 전기를 공급한다. GPU를 사용했을 경우 연료 소비량이 절감된다는 이점 외에도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등 유해물질 배출이 현저하게 감소한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항공기의 숨은 엔진 APU와 GPU에 대해 알아봤다. APU는 지상에서 항공기의 전원 공급을 담당하는 작은 엔진을 말하며, 주 엔진이 가동되기 전 각종 기기의 구동에 필수적인 장비이다. 하지만 APU도 하나의 소형 엔진이기 때문에 환경 오염, 후류, 소음의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GPU가 존재하고, GPU를 사용할 경우 에너지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쾌적하고 안전한 공항 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 대부분의 공항은 GPU를 많이 활용한다. 앞으로 계류장에 있는 항공기의 엉덩이 부분에서 열풍을 뿜어내는 것을 보게 된다면 APU가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항공대생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주석
1)물체가 유체(流體) 속을 운동할 때에 물체의 뒤쪽에 생기는 유체의 흐름
2)압축 공기에 의한 압력
3)압력의 단위. 1평방 인치 당의 파운드(중량)
4)B787등의 최첨단 항공기는 전자 방식으로 주엔진을 시동한다
5)시간에 따라 전압의 크기와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전류의 형태
6)전압의 크기와 방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전류의 형태
작성자: 항공운항학과 17학번 송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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