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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여행

가보고 싶은 섬, 백령도

by 은익짱짱 2020. 11. 3.

백령도 기행문을 작성하게 된 계기

 

  20170821, 필자는 본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일반특기병으로 공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나름 별 탈없이 훈련소를 수료하고 받은 보직은 취사병이었다. 취사병은 업무 특성 상 비교적 편하게 근무하기 위해서는 식수 인원이 적은 부대가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 통념이다. 이를 위해 나는 특기학교(자대 배치 전 보직을 받은 장병들이 따로 모여 보직교육을 받는 곳. 이 곳에서의 성적순으로 배치될 자대를 선택할 수 있다.)에서 소규모 부대에 배치되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내가 배치 받은 곳은 백령도 공군 부대였다. 비록 원하던 소규모 부대였지만 나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섬이라는 두려움과 육지로부터의 그 엄청난 거리 때문에 심한 절망감을 느꼈다. 그러나, 막상 그 곳에서 생활해보니 백령도는 분명 사람이 사는 곳임에는 틀림없었고, 백령도만의 분위기와 매력이 있었다. 이 점은 내가 전역한 후에도 관광 목적으로 다시 한번 백령도로 떠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백령도를 잘 알지 못하고, 쉽게 가볼 수 있는 섬이 아니기 때문에 백령도를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이 기행문을 쓰게 되었다.

 

백령도 기본 소개

 

  백령도는 우리나라 최서북단에 위치한 섬이다. 실제 육안으로도 북한이 보일 정도로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까우며, 인천에서 직선거리로 약 191km 떨어져 있고, 백령도까지의 교통수단은 여객선이다. 인구는 주민이 약 5천명이며, 군인을 포함하면 총 인구는 1만명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불법 어업 등의 남획 등으로 어업량은 적은 반면, 넓은 평지가 발달하여 농업과 축산업이 활발하다. 이에 외부 지원없이 자급자족이 가능한 섬 중 하나다.

 

백령도 입도 준비/과정

 

  백령도는 오직 배를 타고서만 들어갈 수 있다. 백령도 항로는 매우 길고 여객선도 빠르지 않아 편도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백령도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은 3척이다. 아침에 인천여객터미널에서 2, 백령도에서 1척이 출항하고, 오후에는 인천 1, 백령도 2척이 출항한다. 원활한 여행을 위해서는 오후 12시까지 도착할 수 있는 아침배를 타야 했기에 830분에 출항하는 고려고속훼리의 코리아킹 호를 예매하였다. 여객선 요금은 왕복 14만원으로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비싼 편이나, 인천시의 관광 활성화 정책과 군 면회객 할인으로 왕복 7만원에 다녀올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백령도 여객선 표는 빠르게 매진되기 때문에 일주일 전에 표를 예매하였다. 배표는 PC가보고 싶은 섬웹사이트에 들어가 간편하게 예매하는 방법이 있고, 모바일 앱으로도 가능하다.

 

  출발 당일, 인천여객터미널은 최근 코로나19의 발병으로 인해 사람이 많지 않았다. 과거 휴가 복귀 때마다 보았던 관광객과 군인들로 붐비던 터미널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예매한 표를 발급받고 출항 10분 전에 여객선에 탑승하러 가는 발걸음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예전과 다르게 매우 가벼웠다. 이전처럼 부대 복귀를 위해 의무적으로 입도[1]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여행의 목적으로 입도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좋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파도가 잔잔해 편한 항해가 될 것 같아 마음은 들 떠있었다. 여객선에서의 4시간은 창 밖으로 드넓은 바다만 펼쳐져 있을 뿐 매우 지루하고, 또한 휴대폰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미리 다운받아온 영상 몇 개를 보거나, 잠을 자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예상대로 오후 12시에 백령도 용기포신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씨는 정말 좋았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쾌적한 관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1년 만에 다시 백령도 땅을 밟으니 새로운 감회를 느꼈다.

코리아킹 호 와 용기포신항

             

                            

백령도 관광

 

  백령도 숙박시설은 펜션이 꽤 많고 잘 갖춰져 있다. 나는 진촌리에 위치한 펜션을 예약했는데, 하선을 하자 펜션 사장님이 항까지 직접 오셔서 숙소까지 차로 바래다주셨다. 또한 렌터카도 사장님이 빌려주셔서 굳이 다른 업체에서 구할 필요가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손님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나를 매우 반겨 주신 것 같았다.

 

  숙소에서 짐을 푼 후, 나는 바로 점심을 먹기위해 사곶냉면이라는 냉면집에 갔다. 백령도의 냉면은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반냉면이 유명하므로 방문한다면 꼭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또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만 영업을 하기 때문에 방문 시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나는 반냉면과 수육, 빈대떡, 막걸리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군인 신분으로 먹을 수 없던 막걸리까지 함께 먹으니 그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맛있게 먹은 후, 나는 근처의 사곶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의 모래가 매우 가늘고 단단하여 6.25전쟁 당시 비행장으로 쓰인 것으로도 유명한 사곶해변은 세계에서 단 두 곳 밖에 없는 천연 비행장이다. 그 단단함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는데, 직접 그 모래사장을 밟아보니 정말 꾹 눌러도 발자국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 강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잠시 경치를 구경하고 긴 해변의 옆 도로를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커다란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비석에는 서해 최북단백령도라고 쓰여 있는데,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며 사진 명소이기도 하다. 이전에 군복을 입고 찍은 추억이 있는 장소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사진을 찍어보니 시간이 참 빠르다고 생각하였다.

 

  다음 목적지는 천안함 위령탑이었다. 위령탑에 가는 길 중간에 내가 근무했던 부대가 있어서 잠시 입구만 구경하고 연화리에 위치한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으로 향했다. 천안함 위령탑은 2010 326일 북한 소행으로 보이는 피격으로 인해 안타깝게 희생한 46명의 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피격된 현장이 보이는 연화리의 바다 옆 조그만 언덕 위에 세워진 탑이다. 위령탑에는 그 당시 사건을 알려주는 설명문과 용사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일년 365일 내내 서해를 밝혀 수호한다는 의미로 탑 하부에 꺼지지 않는 모형 불꽃이 설치되어 있어 보면서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 마음을 뒤로 하고, 천안함 위령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두무진으로 출발하였다. 두무진은 긴 해안선을 따라 오랜 세월 풍화되어 만들어진 높이 50m 내외의 규암절벽을 일컫는다. 두무진은 그 형태가 바다에서 위로 곧게 뻗은 바위들이 모여 있는데, 산책로가 잘 구축되어 있고, 직접 가까이 다가가서 만질 수 있도록 되어있어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서 볼 때의 느낌이 또 다르다. 멀리서 보면 그 장관의 웅장함에 놀라지만, 가까이서 보면 아름다운 층리의 세세함에 놀란다. 산책로를 따라서 경치를 구경하고, 돌아가는 길에 있던 횟집에 방문해 우럭 등 해산물을 이것저것 사서 밤에 야식으로 먹기 위해 숙소에 가져가 냉장고에 저장해 두었다.

 

         

사곶 냉면과 반냉면
사곶 해변과 천안함 위령탑

   

두무진 규압절벽과 곧게 뻗은 두무진 바위

 

첫 날 마무리

 

  백령도에 노을이 질 때쯤, 나는 군인시절 함께 근무했던 간부님들과 만날 수 있었다. 부대 식당일을 같이 하며 함께 고생을 해 서로 친분이 깊어 연락을 드리자 바로 나와 주셨다. 숙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진촌돼지라는 고깃집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다. 이 식당은 이전에 부대에서 외출을 나왔을 때 몇 번 방문하였는데, 고기가 정말 맛있고 사장님과도 일면식이 있어 친숙한 느낌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간부님들과 서로의 근황을 털어놓으며 즐겁게 술도 마시고, 옛날 추억들을 떠올리면서 이젠 말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너무나 빠르게 시간이 지나버렸다.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와 그 날 찍었던 사진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취침을 위해 씻은 후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우럭회를 꺼내 먹고 잤다.

진촌돼지의 칼집 삼겹살

 

 

여행 2일째, 못다한 관광지 여행

 

  백령도에서의 마지막 날은 아직 다녀오지 못한 관광명소들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백령도에서 출항하는 여객선이 오후 130분에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관광지들을 다 돌기에는 시간이 촉박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를 나와 하루를 시작하였다.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심청각이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 중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래소설인 심청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나, 심청전의 배경무대가 백령도의 심청각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모를 것이다. 심청각은 심청각 건물과 심청이를 동상으로 만든 심청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심청각 건물 내부에는 심청전의 내용을 소개하는 전시관과 포토존이 있다. 나도 입장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코로나 때문에 폐쇄되어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건물 외부에는 심청상이 있는데, 그 뒤로는 육안으로 바다 건너 북한 땅을 볼 수 있다. 본래라면 바다 위 해무[2]가 심해서 북한 땅은 쉽게 볼 수 없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자세히 볼 수 있을 만큼 날씨가 좋았다. 백령도에 방문하게 된다면, 심청각에 꼭 한번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으로 방문한 장소는 남포리에 위치한 콩돌해변이었다. 콩돌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앞서 소개한 두무진과 같은 기암절벽에서 파도에 침식된 돌들이 이 해변으로 밀려와 오랜 시간동안 파도에 의해 둥근 콩돌모양으로 변형되어 형성된 해변이기 때문이다. 콩돌해변의 돌들은 정말 예쁘다 이외의 표현을 할 수가 없었다. 돌들은 각자 자기들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돌마다 각자의 다양한 색과 무늬를 가졌고, 윤기가 났으며, 촉감도 매우 부드러웠다. 근처에 위치한 사곶해변과는 또다른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현재 콩돌해안의 돌들은 개인이 가져갈 수 없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 돌들의 무늬가 워낙 화려하여 과거에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돌들을 가져가자 눈에 띄게 돌의 수가 감소해 아예 이 돌들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적발 시 벌금을 물게 만들었다. 혹시 방문하게 된다면 돌은 가져가지 말고 만지거나 눈으로만 구경하도록 하자

 

  콩돌해변을 마지막으로 관광명소 방문을 끝내고 점심시간이 되어 나는 군인으로 근무할 당시 외출을 나올 때마다 찾아갔던 북포리의 황해반점이라는 중국집으로 향했다. 왠지 다른 새로운 맛집을 찾아가기 보다는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그리운 맛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그 곳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배불리 먹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겨 인천으로 돌아갈 여객선을 타기 위해 숙소에 렌터카를 반납하고 용기포신항으로 향했다.

심청각과 심청각에서 본 북한

 

콩돌해변과 콩돌해변의 돌
황해반점과 자장면

 

 

굿바이, 백령도

 

  백령도를 나가는 것은 인천을 나올 때와 방식이 동일하다. 출항 30분 전에 여객터미널에 도착해 예매한 표를 수령하고 출항 시각까지 기다리면 된다. 날씨가 매우 맑고 바람도 없어 여객선은 정상적으로 오후 130분에 출발해 오후 6시쯤 인천에 도착하였다.

 

  여담으로, 여객터미널에서 우연히 내가 근무했던 자대에서 복무 중인 병사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병사는 휴가를 나가던 참이었는데, 그에게 전날 만났던 간부의 입장이 아닌 병사의 입장에서의 부대 상황과 내가 전역한 후 벌어진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병사가 반갑기도 했고, 무사히 전역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었다.

 

기행문 소감

 

  백령도를 다녀온 사람은 현지인이 아닌 이상 다시 백령도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에서도 내가 백령도에 다시 방문한다고 했을 때 그런 곳을 왜 가느냐,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는 등 다들 나를 말리기 바빴다. 그 이유는 여객선 요금이 비싸고, 북한과 인접한 먼 미지의 땅이라는 점, 별로 볼 것도 없는 조그만 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것들을 감안해서도 백령도에 가는 것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이전부터 계속 생각해왔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죽기 전에 이런 섬을 언제 가볼 수 있겠는가? 또한, 미지의 섬인만큼 볼 것도 많다. 따라서 나는 백령도에 입도할 때 정말 많은 기대를 품고 들어갔다. 여행의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방문하고 싶었던 장소들을 문제없이 모두 다녀올 수 있었던 점이 제일 좋았다.  또한, 군인 신분으로 좁은 시야를 가지고 백령도를 바라보았던 과거와 달리, 일반인 신분으로 넓은 시야를 가지고 백령도를 바라보니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백령도 방문 이후, 나는 주변인들이 흔한 여행지가 아닌 곳을 여행하기 원할 때 항상 백령도를 추천하여, 그들의 마음속에 백령도가 가보고 싶은 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1] 入道, 섬에 들어감. (↔출도)

[2] 海霧, 바다 위 수면부근에서 발생하는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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