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원 시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휴수당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시급이 이미 1만 원을 넘었다는 것을 모른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해당 주에 하루는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이란 개념이 있다. 이 주휴수당을 받게 될 경우 시급은 총 ‘10030원’으로, 이미 대한민국 근로자들의 시급은 1만 원을 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도 대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인상’은 다른 후보들도 내세웠던 공약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속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2020년도까지 1만 원으로 인상’이 공약이었고, 홍준표와 안철수 후보는 ‘2022년도까지 1만 원으로 인상’이 공약이었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후, 2018년도의 최저시급은 전년도 대비 16.4%, 올해는 작년 최저임금의 10.9%가 인상이 되었다. 이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 주도 성장’ 정책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소득 주도 성장’ 이란, 임금과 소득을 늘리면 소비도 늘어나 경제성장이 이루어진다는 이론을 배경으로 한 경제 정책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저임금 노동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가계소득을 높여 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려 한 것이 현 정부가 기대했던 흐름이다. 그렇다면 현재 어느 때보다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최저임금이 ‘10030원’이 되기까지 어떠한 목소리가 있었을까?
최저임금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있었지만 이는 찬반의 문제보다는 ‘정도’의 문제로 다뤄졌다.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최저임금은 매년 상승해야 하긴 하지만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올라야 한다는 온건파의 입장과 현재 최저임금은 너무 낮은 수준이기에 조금은 급격히 올라야 한다는 급진파의 입장이 있다. 이분법적으로 입장을 가르자면 전자가 현재 야당의 입장이고 후자가 여당의 입장이 되겠다. 양측의 입장을 간단하게 몇 가지로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최저임금을 천천히 올려야 한다는 온건파의 입장부터 첫째로, 일자리 감소의 우려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는 주류경제학의 논리는 오랫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특히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 채용이 크게 위축될 것이며 이는 오히려 소득격차를 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서민들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식품 및 외식 물가 중심의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을 이전보다 크게 증대 시킨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저소득층의 소비를 촉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초래하기 때문에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은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찬성하는 입장은 첫째로, 임금격차의 완화를 주장한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현재 대한민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지적되는 소득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두 번째로는, 노동생산성 향상 및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최저임금의 인상은 근로자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하기 때문에 사기를 올려 주고 이는 노동생산성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럼 지금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온건파와 급진파의 입장을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최저임금과 관련된 최근 동향을 살펴볼 차례이다.
우선 2017년 이후 최저임금의 꾸준한 대폭 인상으로 인해, 최근 정부는 4월 저임금 노동자 수가 사상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저임금 노동자란 임금이 중위임금의 3분의 2미만인 노동자를 말하고, 중위임금은 근로자들을 시간당 임금 기준으로 1위부터 최하위까지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임금을 뜻한다.)
저임금 노동자 수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20% 미만을 기록했고, 이는 최저임금, 즉 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의 소득이 이전보다 확실히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전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임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이 조금이나마 향상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정부는 상 하위 20% 임금격차도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상위 20% 평균임금을 하위 20% 평균임금으로 나누었을 때, 4.67로 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는 확실히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임금 격차가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분명히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방향에도 올바르게 기여함으로 정부가 잘 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위 자료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에 한해 조사를 한 것이라는 점에서 한계를 보인다. 아예 소득이 없거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고려되지 않은 수치인 것이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왼쪽의 자료는 1분위와 5분위(1분위: 하위 20%, 5분위 상위 20%)의 가구소득 증감률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2018년 2분기에 5분위 소득은 증가했지만, 저소득층인 1분위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했다. 다시 말하자면, 상위 20%의 가구 소득 총액은 증가한 반면 하위 20%의 가구 소득 총액은 감소했다. 이는 위의 평균임금 격차가 완화되었다는 정부와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결과이다. 최저임금은 상승했지만 하위 20%의 가구 소득이 감소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분명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임금 노동자 수가 사상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서 소득 양극화가 완화된 것도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일자리를 잃었을까? 그리고 현재 실업률 측면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최저임금의 인상은 고용의 감소로 이루어진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왼쪽 자료처럼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찍고 있고, 이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의 한 원인으로 판단된다. 특히 자영업의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의 시장 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은 고용주에게 큰 부담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담은 고용률의 감소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최저임금은 고용과 불가분 관계에 있고, 최고치를 찍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업률은 함께 최대치를 찍고 있는 최저임금과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분명 최저임금은 꾸준히 인상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명하다. 누구나 좀 더 나은 편의와 생활을 누리고 싶어 하고, 보다 좋은 환경 속에서 살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이처럼 누구나 원하는 생활을 그래도 최소한이라도 보장해주고자 시행되고 있는 제도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인해 가장 혜택을 받아야 할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요즘 자영업자가 힘든 이유가 카드 수수료와 건물 임대료의 부담, 프랜차이즈의 갑질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 최저임금의 영향 또한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말이다. 최저임금이 올랐으니 당연히 근로자들의 소득은 올랐고,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 즉 소득 증가가 있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최저임금제는 누구보다 취약계층을 위한 제도이다.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한 긍정적 효과가 있기 전까지는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취약계층을 제외하고 나서 ‘생존자들에게는 이득’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최저임금제의 목적 자체를 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득격차가 커지고 실업률과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현재, 과연 지속적인 최저임금의 급상승은 올바른 방향인지 거듭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작성자: 소프트웨어학과 19 신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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