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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사회 I

‘경성시대’ 유행에 대한 소고

by 은익짱짱 2020. 4. 27.

 

-경성시대(개화기) 유행은 뉴트로 감성인가 일제강점기 미화인가-

 

1.경성시대(개화기) 유행 모습

 요즘 거리에는 개화기 의상을 입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많다. 서울 익선동에서 시작해 지방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경성시대(개화기)’ 유행 문화이다. 이 문화는 경성시대와 개화기를 혼재해서 쓰는 경향이 만연해, 같이 불린다. 경성시대(개화기) 유행의 시작은 이러했다. 2018년 익선동 한옥마을 인근에 위치한 경성 의복이란 이름의 개화기 의상 대여점이 생긴다. 그 뒤,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익선동 일대에 잇따라 대여점이 생기고 지방으로까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거기에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션샤인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인스타그램에 '#개화기'로 올라온 사진 수는 12000건을 넘었다.

 

 

<그림 1,2> ‘경성시대’ 콘셉트로 촬영하는 젊은이들

 

 이런 경성시대(개화기) 유행은 패션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패션을 시작으로 식당, 놀이 등 다양한 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예시로는 익선동 거리와 롯데월드가 있다. 익선동 거리에는 경성 과자점등 다양한 카페와 음식점들이 그 시절을 고증하며 꾸며져 있다. 롯데월드는 39일부터 623일까지 개화기 축제를 열었다. 롯데월드는 음반 집, 양장점, 한복 집, 가배(커피) 집 등 개화기 상점과 정류소, 전차, 인력거 등 1900년대 거리를 그대로 재현했다고 홍보했다. 100년 전 잠실에 최초로 지어진 서양식 호텔 스타일도 반영했다. 이렇듯, 그곳에는 가배 체험을 하고 놀이기구 이름도 예스럽게 바꾸며 곳곳에 그대는 누굴 닮아 이리 어여쁜 게요같은 현수막을 게시하는 등 개화기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요소들을 배치했다.

 그리고 경성시대(개화기) 콘셉트 유행이 하나의 마케팅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익선동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이비스 앰배서더서울 인사동 호텔은 개화기 의상 전문 대여숍 경성 의복과 함께 숙박객들이 이곳을 보다 특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경성 의상 패키지를 내놨다. 이처럼 패션에 국한되었던 개화기 열풍은 테마파크, 숙박업체, 제과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그림3>개화기를 테마로 한 롯데월드 광고                                              <그림4,5>개화기를 재현한 롯데월드 풍경

 

2.경성시대(개화기) 콘셉트 유행의 긍정적 효과

 이런 개화기 콘셉트 유행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실례로 개화기 콘셉트의 유행은 지역 상권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익선동은 종로3가역에 깊숙이 자리 잡은 동네로 서울 시민들에게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도심의 한옥 보존 지구였다. 하지만 익선동은 경성시대(개화기) 콘셉트의 유행을 통해 상권 활성화가 되었다. 최근 한 달 봄나들이에 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익선동에 관한 언급이 총 2098건 발생하며 경주를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익선동은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버즈1)가 발생했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발생비율이 전체 대비 87.8%를 차지했다. 그중 경성 의복을 입고 익선동 나들이를 간 걸그룹 티아라 효민의 게시글이 총 20296개의 좋아요로 가장 많은 좋아요를 얻었다. 젊은 나들이객들은 복고의상을 입고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다양한 연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주말을 보낼 것을 추천하고 있다.

 또한 개화기 콘셉트의 유행은 전통문화에 대한 재인식을 가져왔다. 그 예로 익선동의 점포들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나무로 된 대문이나 철문, 통유리를 비롯해 옛 글씨체(또는 한문)로 외관을 꾸며 과거의 흔적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모든 점포들은 원목 기둥을 그대로 살려 한옥의 정취를 살리려 애쓴다. 익선동 일대는 개발 제한지역이어서 기존의 나무 기둥을 그대로 보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재개발 광풍을 비켜가며 기존 한옥 집을 리모델링한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낡은 틀을 벗어나기 위해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화려한 샹들리에를 활용하기도 했고 테이블 배치를 바꾸는 등 세련미를 추가했다. 이는 외형적·구조적인 측면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유행에 힘입어 익선동에 종춘이란 떡 가게가 생겨 인절미 꿀떡, 삼색 경단, 쑥 인절미, 콩찰떡 등을 앞세워 흥행하고 있다. 또한 익선동의 만홧가게는 만화방을 한옥으로 만들었다. 이렇듯 경성시대(개화기) 콘셉트의 유행은 단순히 우리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고유의 예스러움과 개화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뤄 흥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대 사람들에게 한옥 등의 전통적인 아름다움 또한 새롭게 알게 해준다.

 

 

 

 

 

       <그림6>개화기 풍의 익선동 ‘경 성과자점‘           <그림7>인기있는 익선동 떡집 ‘종춘’            <그림 8> 익선동  ‘ 만홧가게 ’              

 

3.경성시대(개화기) 콘셉트 유행이 노출한 문제

 하지만 우리는 경성시대(개화기)의 유행을 이런 이점들을 보고 단순히 뉴트로(New+Retro)라고 판단하며, 아무 비판 없이 수용해도 될까?

 

 현재 유행하는 경성시대콘셉트는 개화기콘셉트와 동일하게 단어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경성시대의 경성’(현재의 서울)은 일제강점기 시대(1910~1945)의 수도를 뜻한다. 개화기는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아 봉건적인 사회 질서를 타파하고 근대 사회로 전환되던 시기를 뜻한다. 이렇게 경성시대개화기를 혼용시키며 동일하게 본다면, ‘일제강점기개화기가 동일하게 된다. 실제로 동일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두 단어의 혼용은 역사의식이 부재된 현상이라 볼 수 있다.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역사교육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은 "개화기 의상이나 소품을 보면 과도하게 일본풍인 경우가 많다. 당시 일부 사람들이 멋진 옷을 입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일 행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의견을 한 기사 인터뷰에서 제시했다. 또 참여인원은 적지만 관련 청원글도 등장했다. 청원자는 "경성시대·개화기는 일제강점기를 뜻한다. 아픈 역사가 담겨있고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를 놀이공원의 시즌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롯데월드 개화기 축제를 비판했다.

 

 ‘경성시대라는 말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경성시대일제강점기또는 식민지 시기라 불려야 맞다.

 

 일반적으로 시대를 지칭하는 말인 일제시대는 일본의 잘못을 축소시키는 단어라서, 일본제국이 조선을 강제로 점거한 시기라는 일제강점기로 주로 불린다. 그런데 일제강점기경성시대라는 새로운 신조어로 부르게 되면, 그 시대에 일본의 행적이 단어 안에 담기지 않는 문제가 생긴다.

 

 물론 개화기 열풍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재반박하는 이들도 있다. 개화기 시대도 우리나라 역사의 일부인데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냐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일제강점기와 상관없이 우리나라가 새 문물을 받아들이던 시기인데 일본에 강점당했던 아픈 시기라는 이유로 그 시기 문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며 없애는 것은 과하다고 한다.

 

 실제로 국사편찬위원회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우리의 근대 시기는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로 달리 명명되었듯이 그 사회 성격이 다른 시기로 이루어졌습니다. 개화기가 동양의 전통적 사회에서 근대 세계 자본주의 체제로 포섭되는 과도기 사회였다면, 일제강점기는 과도기를 성공적으로 살아내지 못해 식민지로 강점되어 민족적 고난을 겪은 시기였습니다.”라고 밝혔다. , 일제강점기와 개화기는 전혀 다른 시기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동일한 한 콘셉트를 경성시대와 개화기를 혼용하여 명명하는 것은 문제적이다.

 

<그림9,10>동일한 콘셉트를 ‘경성시대’와 ‘개화기’로 함께 칭하는 모습

 

4.생각 및 정리

 이런 콘셉트를 문화로서 소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개화기는 일본의 것만이 아닌 다양한 문화가 들어온 시기이자, 그게 우리 고유문화와 맞물려지며 이질적이고도 독특한 분위기가 꽃피운 시기이다. 그런 우리 역사와 문화를 느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하지만 올바른 역사의식은 갖춘 채로 소비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이 유행을 단순히 예쁘다며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경성 시대 의복을 입을 수는 있지만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아무 생각 없이 사진을 찍고 올리며 놀고, 그 시대를 즐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같은 옷을 입더라도 단지 자신을 치장하고 SNS에서 보이기 위해 입는 것과 그 시대를 이해하고 우리 선조들의 모던 걸 모던보이를 기억하기 위해 입는 것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이게 어떤 시기인지는 알고서 조금의 역사의식이라도 갖추고 소비해야 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개화의 시작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각축으로 인한 강제적 개방이었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는 위안부 등의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고 아직 일제강점기로 인한 사과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친일파 또한 깨끗하게 청산하지 못하였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역사의식조차 갖추지 않은 채로 그 시대를 놀이 문화로 즐기는 것이 올바른 것일까? 이것을 읽는 독자들도 현재의 유행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1) '윙윙거리다'는 뜻으로, 인터넷상의 화제성, 반응 등을 의미한다.

 

 

 

작성자:항공교통물류학부 18학번 장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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