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웬 클래식? 요즘 누가 클래식 듣는 사람이 있나?” 대학생들 중에서 음악 감상이 취미인 사람들은 주로 팝이나 힙합, 가요 같은 대중음악을 듣는 사람이 대부분이지 클래식 음악을 주로 감상한 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낯설고,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할 것이다. 당신은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먼저 떠오르는가? 자장가? 학창 시절 수업종? 선뜻 접근하기에는 너무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대중음악 속에 숨어있는 클래식 음악♪
정말 그럴까? 아니다! 우리가 평소에 자주 접하는 대중음악 속에도 알게 모르게 클래식 음악이 숨어 있다. 2012년에 내한공연을 한 적이 있는 미국의 유명 래퍼 에미넴의 ‘Brainless’라는 곡 중간중간에 들리는 건반악기의 소리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의 일부이다. 또 다른 미국의 래퍼 나스의 노래 ‘I Can’은 그 유명한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의 멜로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러시아의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7번’의 4악장 중 일부는 피파 온라인 3에 BGM으로도 사용된 ‘폴 아웃 보이’ 의 ‘The Phoenix’의 인트로 부분에 사용되었다.
♪영화 OST 속 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뿐만 아니라 우리가 즐겨보는 영화의 OST로도 곧잘 사용된다. SF영화를 좋 아하거나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팬이라면 한 번쯤은 봤을 세기의 역작인 ‘2001 스페이스 오디세 이’의 인트로 장면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삽입되어 영화의 시작부터 관객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웅장함을 안겨준다. 대한민국 영화 중에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최동훈 감독의 ‘암살’ 속에 클래식 음악이 삽입되었다. 바로 영화 후반 일본의 항복이 뉴스로 전해지는 장면에서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가 삽입되어 배경음악을 알아차린 사람들에 게 장면의 의미를 부각했다.
클래식 음악은 예로 든 대중음악이나 영화 OST 뿐만 아니라 TV 속 광고에서나, 야구 등과 같은 스포츠의 응원가에도 사용되는 등 생각보다 우리 생활 속 여러 군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클래식은 우리가 ‘클래식 음악’이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뿐 이미 익숙하게 소비되고 있었다. 그러니 낯설어 할 것 없이 클래식 음악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 보자.
♪클래식 음악이 정확히 뭐야?♪
클래식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어떤 음악을 클래식 음악이라고 칭할지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을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매우 간단히 말하면 서양의 전통적인 예술음악을 뜻한다. 보통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악보자료가 남아있는 르네상스 시기부터 20세기 중반을 넘어 현대음악 일부를 포함한 영역을 말한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에서 현대음악으로 넘어갈수록 대중성이 더욱 떨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비교적 널리 알려진 중세 시대 이후 르네상스 시대부터 낭만주의 시대까지의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려고 한다.
♪대중음악과 비교한 클래식 음악의 매력♪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은 대중음악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굳이 지금까지 잘 듣고 있던 대중음악 말고 클래식 음악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담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진 분들을 위해 대중음악에서 찾기 힘든 클래식 음악만의 특색을 알려주겠다. 혹자는 단순하게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사용하면 그게 클래식 음악이지 별거 있나’라고 하겠지만, 대중음악에도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사용한 노래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용하는 악기만을 가지고 구분하는 것은 정확한 구분법이 아니다. 먼저 음악이 지향하는 점의 차이가 있겠다. 대중음악은 일반 대중들을 주 소비층으로 정하고 창작되는 음악이기에 아무래도 보다 당시 청중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진다. 그에 반해 클래식 음악들은 유행을 좆기 보다는 창작자의 영감을 불어넣어 예술성을 가미하거나 클래식 음악의 연장으로 현대에 작곡되는 현대음악은 예술의 경계를 넓혀 나가는 실험적인 경향이 강하다. 유명한 예로 존 케이지 의 ‘4분 33초’를 들어보면(?)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느껴질 거다. 또한 클래식 음악에서는 작곡가와 연주자 간의 소통을 위한 악보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대중음악에 서는 악보가 필수가 아니다.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와 연주자가 직접 소통할 수 없어 악보를 통해 연주자 에게 바라는 세부사항들을 지시하지만, 대중음악은 아티스트가 작곡과정에 같이 참여하거나, 아예 싱어송라이터로서 직접 작곡을 하고 퍼포먼스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들은 같은 작품이라 도 어떤 지휘자가 어떤 관현악단과 연주한 것인지, 또는 연주자가 누구 인가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차이점은 ‘가사’의 유무이다. 대중음악은 거의 대부분 가사가 있어 가사를 통해 청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반면 클래식 음악은 오페라와 같은 가곡 종류 를 제외하면 악기의 연주로만 이루어진 기악곡이 대부분이다. 가사가 없는 대신 그만큼 연주에서 기교나 독창적인 연주법을 통해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클래식 음악의 매력이라고 생각된다.
♪클래식 음악의 변천사♪
클래식 음악이라는 울타리 안에는 방대한 양의 음악이 존재한다. 클래식 음악들이 작곡된 수 세기의 시간 동안 클래식 음악은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금부터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클래식 음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려고 한다.
「르네상스 음악(15C~17C)」
제일 처음으로 알아볼 시기는 르네상스 시기이다. 르네상스 이전 중세시대 말엽에는 유럽 전역에 흑 사병이 창궐했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 중세시대를 지탱하던 봉건제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또한 1517년에는 마르틴 루터의 면죄부 비판을 필두로 한 종교개혁이 시작되어 가톨릭교 회의 힘이 약화되었다. 이러한 사건들로 그때까지의 하나님 중심의 문화가 인간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음악 또한 중세시대에는 대부분이 가톨릭 성가로만 생산되었던 음악이 세속으로 건너가게 되 었다. 또한, 인쇄술의 발달을 통해 악보의 대량 인쇄가 기능해졌다. 이렇게 악보의 사용이 늘어 각각의 악보에 악기를 지정할 수 있게 되며 기악음악이 기존의 성악음악에서 독립할 수 있었다.
「바로크 음악(17C~18C 중반)」
르네상스 이후의 음악은 바로크 음악으로 불린다. 바로크 시기에는 루이 14세를 필두로 한 강력한 왕권을 지닌 왕들이 통치하던 시기였다. 따라서 음악가들도 궁정에 고용되어 군주들을 위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이 시기 궁중 음악가들의 작품은 작곡가의 주체적인 창작이라 기보다는 고용인들의 요구에 따라 주문제작 되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주문제작된 음악들은 대개 군주의 위엄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웅장하게 만들어졌다. 르네상스 시기에 성악으로부터 독립했던 기악음악도 기존 악기들의 개량과 새로운 악기의 발명을 등에 업고 발전했다. 후에 교향곡으로 확대·발전되는 소나타 형식이 이때 형성되었다. 오페라 또한 바로크 시대에 탄생하였는데, 궁정의 왕과 귀족들의 유희용으로 제작된 것이 그 시작이었다. 바로크 음악의 전체적인 특징으로는 ‘통주저음’이라고 불리는 저음 반주가 연주 내내 지속되었던 것을 들 수 있 다. 바로크 시대의 유명한 음악가로는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 역시 음악의 어머니로 불리는 헨 델, ‘사계’를 작곡한 것으로 유명한 비발디 등이 있다.
「고전주의 음악(18C 중반~19C 초반)」
고전시대에는 미국의 독립전쟁이 불러온 자유·박애 정신으로 프랑스 혁명 등의 시민혁명이 일어났 다. 시민혁명으로 기존 지배계층이였던 왕과 귀족들이 몰락하고 새로운 시민계급이 성장하였다. 음악 가들도 덕분에 궁정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주체적으로 작품들을 창작할 수 있게 되었다. 때문의 작 곡가 한 사람의 작품의 수는 바로크 시대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보다 양질의,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의 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교향곡도 이때 탄생하게 된다. 교향곡은 대부분 4악장으로 이 루어지는데,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의 빠른 곡, 2악장은 가곡의 형식을 띤 느린 곡, 3악장은 세 박자로 이루어진 미뉴에트나 스케르초, 4악장은 소나타나 론도 형식의 빠른 곡으로 이루어진다. 고전시대의 음악가로는 100여 곡의 교향곡을 작곡한 하이든, 음악의 신동이라 불렸던 모차르트, 후대 낭만주의 음악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 베토벤 등이 있다.
「낭만주의 음악(19C 초반~20C 초반)」
고전시대의 음악은 질서정연하고, 깔끔하고 정형화된 경향이 있었다. 이에 반해 낭만주의 음악은 보다 개성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주관적이고 다양한 음악이 꽃을 피웠다. 고전시대에 발명된 피아노에 페달이 추가되어 더욱 다양한 연주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낭만기의 일이다. 낭만시대에는 표제 음악이라고 하는 음악도 많이 작곡되었는데, 표제음악은 시·소설·그림 등에서 소재를 차용해 만들어 진 음악이다. 예를 들면 니체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주제로 작곡된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있겠다. 또한 브루크너나 말러 등 작곡가들의 교향곡은 연주하는 데에 요구하는 관현악단의 편제가 이전보다 거대해지고, 작품의 연주시간도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가로는 슈베르트, 브람스, 쇼팽, 브루크너, 생상스 등이 있다.
♪첫 클래식 작품 추천♪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생겨서 한번 들어 보려고 하는데 어떤 곡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런 사람을 위해 몇 가지 클래식 작품을 소개하겠다.
먼저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추천한다. 이 작품은 6개의 첼로 독 주곡들로 이루어진 모음곡으로 여타 바이올린 독주곡이나 피아노 소나타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바이올린류 악기들 중 중저음을 담당하는 첼로의 선율에 귀를 기울이면 독주곡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소리에 절로 가슴이 웅장해진다. 6개의 곡 중 가장 유명한 1번 프렐류드(Prelude, 전주곡) 는 여러 TV 광고에도 사용되어 들어보면 ‘아 이곡!’하고 반가워할 수 있는 곡이다. 바흐의 또 다른 건반악기 모음곡인 평균율 클라이버 곡집의 C장조 전주곡이 이 1번 프렐류드와 유사하다.
다음으로 소개할 작품은 중·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한 번쯤은 들어봤을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이 다. 이 작품 역시 14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 형식으로 여러 동물의 이름이 각 곡의 부제로 붙여져 있다. 작품 속 14곡들은 각 곡마다 부제에 걸맞은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하여 각각의 동물들의 개성과 느낌을 재치있게 잘 나타내었다. 관현악이라지만 몇몇 곡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거의 독주곡의 느낌이 짙어 일반적인 오케스트라의 풍부한 소리를 생각하고 감상하면 실망할 수도 있다. 이 작품을 추천하 는 다른 이유는 전체 곡들의 연주시간이 30분 이내로 짧아 처음 클래식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이 가볍 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동물의 사육제’ 같은 가벼운 관현악 말고 수십명의 오케스트라가 내는 웅장한 관현악을 듣고 싶다!” 하시는 분들을 위한 거대 스케일의 관현악 작품을 준비했다. 바로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가 비교적 최근인 1916년에 완성한 ‘행성’ 이라는 작품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일곱으로 나누어진 섹션들은 태양계 행성에서 지구를 제외한 7개 행성들이 부제로 붙어있다. 원래 이 곡은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과학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곡된 것이 아니라 점성술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곡 인데, 그럼에도 곡의 완성도나 표현의 느낌이 몽환적이고 우주의 거대한 규모를 느낄 수 있게 웅장한 부분이 있어 항공우주에 관심이 많은 항대인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이다.
♪이론을 모른다고? 알 필요 없다!♪
앞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시대순으로 간단히 소개했지만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 이러한 배경 지식이 전무하더라도 크게 상관없다. 록이나 힙합을 들을 때 록음악의 변천사나 웨스트코스트 힙합이 어떻고 이스트코스트 힙합이 어떤가 꼭 알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 음악적 배경지식이 없다고 음악을 감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명곡은 그 누가 듣더라도 명곡이라고 인정받는다. 클래식 음악도 마찬가지다.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 이 음악이 낭만파 시대의 음악인지, 협주곡인지 교향곡인지 꼭 알 필요는 없다. 우리같이 일단 클래식 음악을 가볍게 들어보려는 사람들은 그냥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을 하 면 된다. 그런 이론적 배경은 추후에 관심이 생기면 차차 알아봐도 늦지 않다.
♪클래식 음악의 매력 & 들으면 좋은 이유♪
클래식 음악은 따분할 거라는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같은 클래식 음악이라도 파헬벨의 ‘카논’처럼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곡도 있는가 하면, 아람 하차투리안의 ‘Sabre dance’같이 약간은 촐랑 대는 듯한 느낌의 신나는 음악도 존재한다. 도입부에서 말했던 것처럼 주변에서 자주 들렸지만,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클래식 음악을 찾아보며 입문하는 것도 괜찮다. 음식을 먹을 때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는 것이 좋은 것처럼, 음악 감상을 할 때도 클래식 음악이라고 멀리할 것이 아니라 한 번 쯤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우리가 주로 듣는 록이나 힙합 등과 같은 대중음악에도 클래식 음 악의 유산이 섞여 있다. 매우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하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드넓은 공간을 단순히 ‘지루하다’는 말 한마디로 뭉뚱그려 울타리를 세우고 들어가지 않는 것은 너무나 아깝다. 그 넓디넓은 벌판 속에는 분명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들이 존재할 것이다. 여러분들도 이 글을 읽고 용기를 내 클래식 음악이라는 벌판에서 유목민들처럼 자신의 음악을 찾아 자유롭게 뛰놀며 돌아다니기를 바란다.
참고 도서
1) 민승기, 신혜승. Classics A to Z 서양음악의 이해. 음악세계. 2014
2) 김수영. 클래식. 나무수. 2014
3) 진회숙. 클래식 노트 – 알고 싶은 클래식 듣고 싶은 클래식. 샘터. 2015
작성자: 항공우주공학과 16학번 유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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